<천재 유교수의 생활>

Cartoon 2018. 11. 20. 05:16

<천재 유교수의 생활>은 소소하지만 나름 박진감 넘치는 인생을 사는 Y대 경제학과에 재직하는 유택(柳沢)교수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이다. 제목 그대로 생활을 그리기 때문에 생활만화라고 볼 수도 있다. 유교수가 손녀를 보며 생기는 에피소드, 제자들과 롯뽄기에 가서 생기는 에피소드, 동네의 길고양이를 챙겨주는 에피소드, 딸들과 백화점에 가는 에피소드, 스키장에 가는 에피소드, 시장에서 장보면서 동네 아주머니와 신경전을 벌이는 에피소드 등 생활에 어렵지 않게 봄직한 이야기를 유택 교수의 시점으로 보여준다. 별대수롭지 않은 사건들이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나름 재미있는 이유는 그의 독특한 삶의 방식에 있다.


유택교수의 삶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칸트같은 삶을 살기 때문이다. 9시에 수면을 취해서 새벽 5시에 일어난다. 8시간의 정량의 수면을 취하는 삶을 오랫동안 살아왔다. 행여나 밖에서 밤 9시를 맞이한다면 마치 신데렐라가 자정에 변하는 것처럼 유교수는 잠에 빠져든다. 남들은 이러한 유교수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오히려 유교수는 불규칙하게 사는 다른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러한 유교수의 관점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유교수처럼 규칙적으로 사는 삶이 답답해 보이지만 그 규칙 안에 살아가는 사람은 꽤 행복할 수도 있다. 자신에게 딱 맞는 규칙적인 삶을 살면 몸도 그것에 잘 맞추어지고 삶은 예측가능한 평안한 상태에 도달한다. 이런 상태에서 한 번 살게 되면 오히려 규칙이 없는 삶을 사는 것보도 행복하게 살 수도 있다. 이러한 규칙적인 삶을 답답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천재 유교수의 생활>을 찬찬히 읽다보면 그의 지루해 보이는 삶도 상당히 다채로운 일들이 일어난다. 이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지루하지 않아 보인다. 이는 마치 꼭 선거올림픽 출전같은 거대한 일이 아니더라도 생활에 천착하다보면 마치 화려한 반찬없이 밥만 꼭꼭 씹다보면 밥맛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규칙적인 삶은 생활의 소소한 일들조차도 의미있는 흥미로운 일이 되게 한다.


그가 규칙적인 삶을 잘 살 수 있었던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그가 참된 학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자신이 원하는 책이 있으면 멀리 있는 대학에 책을 빌리러 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워낙 다독가이기도 해서 많은 책을 구입하는데 집에는 책이 쌓여있다. 책은 세상을 담은 보고이다. 책을 읽으면서 세계에 대해서 이해하기도 하고 스스로의 정신상태에 대해서도 이해하기도 한다. 책 한권이지만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준다. 이렇게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진전시키는 연구과정을 하다보면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른다. 게다가 교수라는 특성상 자신 만의 지적인 세계가 있기 때문에 여러 학문을 습득하면서 그 세계를 구축하고 넓혀가는 재미를 느끼게 되면 규칙적으로 살아도 지루하지 않다. <천재 유교수의 생활>은 이 점을 잘 표현하였다.


그리고 그의 생활 모습에서 본받아야 할 것은 남의 신경을 쓰지않고 본분을 다한다는 것이다. 세상의 원칙을 중시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을 제외한 것에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만약에 유교수같은 사람 만이 세상에 있다면 아마 이 세상에 범죄는 완전히 없어질 것이다. 어떻게 하면 행복한 지 알고 자신의 직분을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 남들의 시선을 크게 쓰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모르겠다. 꼭 교수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일에 만족을 느끼는 삶은 타인의 왈가왈부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읽으면서 다소 아쉬웠던 부분은 명칭부분이었다. 모두 다 알다시피 <천재 유교수의 생활>은 일본만화이다. 그런데 주인공 이름은 유택으로 한국어로 바꾸었는데 나머지는 모두 일본어 이름 그대로 이다. 예를 들어 유교수는 딸이 4명인데 첫째는 이츠코, 둘째는 나츠코, 셋째는 미츠코, 넷째는 세츠코이다. 그 외에도 모두 일본어 이름 그대로 나온다. 아예 <슬램덩크>처럼 한국식 작명을 하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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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