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tor Hugo <Les Miserable>

Book 2021. 8. 15. 23:59

<레 미제라블>은 단연코 고전이다. 읽을 때마다 경탄하면서 읽을 수 있다. 또한 이미 줄거리를 뻔히 아는데도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온다. 이 번에 다시 레미제라블을 읽으면서 이 소설은 참 사회의 여러 군상을 잘 그렸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근래 아동을 학대하는 뉴스를 보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게 하는데 소설 속 테나르디에(Thenardier) 부부를 보면 그 때도 참 인간답지 않은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반면에 미리에(Myriel) 주교같은 인물을 보면서 이 사회가 돌아가는데는 이유가 있겠거니 하는 생각을 한다. 빅토르 위고는 소설 안에 이러한 다양한 인물을 잘 녹여냈다.

그런 면에서 자베르(Javert) 경감의 자살도 관심을 끌었다. 자베르는 지독하게도 장발장을 체포하려고 한다. 어떤 면에서 그의 직업 의식은 아주 투철하다고 볼 수 있다. 경찰로서 범인을 잡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고 자베르는 이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있다. 이러한 투철한 직업 의식 기저에는 아마도 범죄자는 곧 악인이라는 가정이 제대로 깔린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열심히 일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한 악인이라고 생각하는 장발장이 자베르를 죽일 수 있었는데 살려준다. 이 시점에서 자베르는 크나 큰 가치관의 혼란이 오는 것 같다. 사악한 인간이 선행을 베푼다는 것은 자베르에게는 통용될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그에게 삶의 믿음이었던 가치가 무너져 내리자 자베르는 그동안 삶도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자살한 것이다. 이런 점이 인간이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삶을 지탱하는 가치가 그 삶을 규정한다.

<레미제라블>은 소설이지만 실제 역사 속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의 배경은 1800년대 초중반이다. 특히 코제트와 마리우스가 사랑을 하던 시기는 1832년 혁명시기를 다룬다. 이 때의 프랑스는 지금의 프랑스와는 달리 아주 혼란이었다. 오랜 절대왕정의 시기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으로 일단 일단락지어진다. 그 후, 로베르피에르의 공포정치, 그리고 나폴레옹이 나타난다. 나폴레옹은 1815년에 실각하고 다시 왕정복고가 시작된다. 그런데 이미 한 번 자유를 맛본 시민들은 왕정치하에서 여러 번 혁명을 일으킨다. 아쉽게도 대부분 실패하는데 마리우스가 참여한 봉기도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격동기에서의 삶은 평온기의 삶과는 완전히 다르다. 산 속에 사는 자연인이 아닌 이상 그 당시 사회상황에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레미제라블의 많은 사람들도 그렇다. 마치 지금 우리가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 영향을 받듯 말이다. 이러한 사회 상황을 이해하고 인물의 행동을 보는 것이 그 행동의 이유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소설에서 가장 애잔한 부분은 역시 장발장(Jean Valjean)이 죽을 때이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다가온다. 이 죽음이라는 것이 다가왔는때 인간은 가장 솔직해지는 것 같다.(물론 사고로 죽는 경우는 제외한다. 그 경우에는 제대로 생각을 못해보고 죽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렇게 살았나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아니면 이 인생 정말 뿌듯하게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 장발장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장발장이 물론 영웅은 아니다. 그런데 대단히 스펙타클한 삶을 산 것은 사실이다. 너무 가난하여 빵을 훔치다가 감옥에 가고 그곳에서 탈옥을 시도하다가 19년 동안 수옥생활을 했는데 출옥해서 마들렌(Madeleine)이라는 이름으로 시장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자신의 딸도 아닌 코제트(Cosette)를 키우고 마리우스(Marius)와 결혼하는 것을 본다. 이러한 일련의 범상치 않은 삶을 산 그가 임종에 이르러서 한 생각은 무엇일까. 무척이나 궁금하다. 또한 한편으로는 어떤 인생을 살든 죽음앞에서 평등하니 좀 더 베불고 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욕을 부려도 어차피 죽을 것인데 좀 더 의미있게 사는 건 어떨까.

 

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