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y Fiorina <Tough Choices>

Book 2021. 10. 10. 03:14

칼리 피오리나는 루슨트 테크놀로지와 휴렛-팩커드를 거친 미국의 대표 경영인 중 한명이었다. 2016년에 공화당 대선주자로도 얼굴을 알리면 정치인으로 면모를 보인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 부분은 다루지 않고(2006년에 출간됨) 그가 경영인으로 은퇴하기까지 있었던 일을 적어놓은 것이다.

이 책은 세종대왕, 간디, 마틴루터킹, 링컨 같은 대단한 역사적 위인급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평사원부터 시작해서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오른 어느 회사원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회사에서 일을 해보면 알겠지만 최고경영자는 물론이거니와 임원이 되는 것조차도 너무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초인적인 사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정말 대단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게다가 칼리 피오리나가 입사했을 때부터 승진하고 이직하는 면을 가감없이 소개를 했는데 말처럼 순탄치 않았다. 동료랑 싸운일부터 시작해서 꽤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는 그 자리에 맡는 어려운 고민들로 눈시울을 붉힌 일들이 꽤 소상하게 나와있다. 물론 이러한 갈등들과 고민들이 전인류애적인 영감을 줄 정도의 사건은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어서 더 공감이 간다. 예를 들어, 윤봉길 의사님 평전을 읽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쉽지만 당장의 현실에서 공감이 가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가 많은 기업 경영인과 달리 주목을 받는 이유는 역시 여자이기 때문인 점도 있다. 우리나라 보다 양성평등에 있어서 앞서갔다고 하는 미국에서도 여성은 아직은 상대적으로 약자인 것은 사실이다. 물론 그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것을 너무 부각시키지 않고 한 인간으로 일하는 면을 봐주기를 원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기업경영인으로 비교적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졌던 것은 개인의 영달에도 도움되었겠지만 여성 기업인 전반에도 도움이 되었다. 이유가 어떻게 되었든 일단 현재 여성경영자의 수가 적다. 이렇다보니 사람들에게는 은연중에 여성은 기업경영에 부적합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칼리 피오리나같은 사람들이 등장해서 적어도 기업을 망치지만 않는다면 성별에 따라서 색안경을 끼는 경향일 줄어들 것이다. 또한 여성이 경력단절이 일어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아마도 남성중심적인 문화가 있을 수 있다. 책에서도 간간이 이러한 사례가 나온다. 예를 들어, 이사회 구성원이 모두 남자인 경우라든 지 하면 아무래도 여성 혼자가 가면 위축될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해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사람이 여자인데 남자가 혼자가서 일을 하면 대단히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정진해서 경영자 자리까지 오른 것을 보면 아마도 후배 여성들도 영감을 받고 앞으로 전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의도를 했든 하지 않았든 그가 열심히 살았던 모습은 여성기업인에게 감화를 주고 크게는 사회 전반적에 내재되어 있는 여성에 대한 시선에도 조금은 변화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양성평등이 실현된다면 이런 것을 의식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 되겠다.

한국인으로 이 책을 보다가 흥미롭게 보았던 지점은 칼리 피오리나가 AT&T 업무리더로 우리나라 재벌인 LG에 협상을 하러 한국에 온 부분이다. 1990년대 초반에 오게 되는데 그 당시 우리나라 여성근로자의 위치는 지금과 달리 더 낮았던 것 같다. 일단 인솔단장이 여자라는 점에 대단히 놀랬고, 칼리 피오리나는 여성이 엘리베이터 운용이나 비서밖에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점은 우리도 많이 변한 것 같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특유의 술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뭔가 술이 취해야 친해지고 협상도 잘 되는 문화를 이야기했는데 이 점은 많이 변하지 않은 것 같다. 3자의 눈으로 우리의 과거를 보는 재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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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