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Book 2021. 7. 1. 01:43

정치는 우리 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미친다. 정치인이 어떠한 정책을 진행시키고 법을 만드냐에 따라서 사회의 질은 좌지우지된다. 문제는 정치는 그다지 깨끗하지 않은 과정이다. 일단 사람마다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갈등을 노정하고 봉합하는 과정은 마치 깨끗한 수술이 드문것과 마찬가지로 어렵고 때로는 꺼려지는 과정이기는 하다. 그리고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신념체계에 따라서 이성적인 숙의가 어려운 것도 정치이기도 하다. 정치뉴스 댓글에 가면 별의별 말도 여과되지 않은 의견들이 범람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하면 진절머리가 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이 숙명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길을 개척하려면 약간의 정치 해설서 같은 것이 필요하다. 최장집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차분히 읽어볼만 양서이다.

책 제목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이지만 문민정부가 들어서기 훨씬 전인 대한민국 건국때부터 이 책은 거슬러 올라간다. 그래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설명하기 위해서 민주화 이전의 민주주의를 알아볼 필요가 있는 책은 현상태에 이르게 한 우리나라의 여러 중요한 포인트를 잘 정리해두었다. 나는 우리나라만 지금 상태에 이를 때까지 역사적 고통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식민치하를 겪었고, 동족상잔의 아픔도 겪었고, 군부독재도 거쳤다. 이 모든 것 어느 것 하나 극복하는 것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는 여러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 국가도 식민지, 내전, 독재를 경험하였기 때문에 우리만의 독특한 경험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대단한 것은 이것을 겪어 내고 선진국 대열에 선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이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역사적인 전진을 이룩한 것에 대한 자긍심을 느꼈다.

 

우리 사회가 어떤 영웅적 해결자를 갈구하게 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이런 사회 심리적 경향은 과도한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게 만드는 부정적 효과를 가질 수 있으며, 이는 현실적이고 건전한 대안을 조직하고 제도화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255).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대통령제인 우리나라는 아직도 대통령의 권한이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강력하다. 그래서인지 시민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상당하다. 최장집 교수는 이러한 기대가 실망을 가져온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한발 더 나아가려면 누구한명이 바뀌어서 갑자기 선진화를 꿈꾸기 보다는 시스템으로 사회가 움직여야 한다. 여기서 시스템으로 사회가 움직인다는 것이 기득권을 위한 사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에게 납득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나라가 운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도 더 깊이 우리나라에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사회적 합의는 만장일치의 개념이 아니라, 여러 대안들 간의 경쟁을 통해 다수 의사를 만들어 내는 과정과 그 결과를 말한다(251).

 

근래 걱정스러운 부분은 사회적 갈등이 첨예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갈등이 있는 것은 사회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갈등은 건강하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극단적인 갈등은 병이다. 일단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 타인의 생각을 바꿀 생각을 하면 안된다. 일단 인정은 하되 현실적이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방안을 찾고 그것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갈등이 병적인 수준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말은 쉽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갈등을 사회적 합의로 승화시키는 시민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