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기념 전시실>

Exhibition 2018. 11. 20. 05:04

영화 <1987>이 인기를 얻었다. 이제 어느덧 1987년은 30년 전의 일이 되었다. 나도 1987년에 살아서 대한민국에 있었지만 어린이였기 때문에 그 당시의 사회분위기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2018년의 사회 분위기는 박종철 열사같은 분들 덕분에 훨씬 자유롭다는 것을 안다. 최근에 들어서야 남영동에 대공분실이 남영역 바로 옆에 위치하였고 지금 박종철 열사 기념관과 경찰인권센터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가게 되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날씨도 을씨년스러운 날에 대공분실 건물을 찾았는데 날씨에 걸맞게 검은 건물이 음산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지금도 음산한 분위기를 내는 어두운 건물인데 30여년 전에 1980년 전두환 정권시절에 이 건물이 얼마나 공포스러웠을 지는 도무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우선 떨리는 마음으로 정문에 있는 안내실에 가서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적고 출입증을 교부받았다. 그리고 문제의 검은색 건물로 들어갔다. 1층에는 경찰청 인권센터 소개실이 있다. 남영동 대공분실의 역사와 김근태’ ‘박종철로 대변되는 민주화 열사들이 어떻게 고통받았는지 소개되어있다. 2층은 고객만족모니터 센터, 3층은 성희롱 상담신고센터, 6층은 인권보호담당관실, 그리고 7층은 경찰청 인권교육장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고 4층과 5층을 방문할 수 있다.


수많은 민주열사들이 고문받았던 5층으로 우선 가보았다. 올라가는데 계단도 있는데 나선형계단이 생긴 만으로도 현기증을 주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5층에는 무슨 고시원마냥 방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 방마다 민주열사들이 투옥되어서 고문을 받은 것이다. 박종철 열사가 돌아가신 509호를 제외한 나머지는 리모델링을 해서 전시실처럼 해놓았다. 509호에 들어가보면 간이침대, 변기, 세면대, 그리고 책상이 있었다. 이곳에서 31년전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다가 죽음을 당한 것이다.


1987114일 박종철 열사는 이 공간에서 물고문으로 숨지고 만다. 얼마나 원통할 지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렵다. 그의 죽음 후, 치안본부장 강민창이 탁하고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로 국민의 공분을 사게했다. 그리고 이것이 불씨가 되어 87항쟁의 도화선이 된다. 그의 죽음은 너무나도 울분에 찬 일이다. 그나마 그의 죽음이 민주화의 씨앗이 되어 우리나라의 미래를 바꾸어 놓았음에 그의 죽음은 영원히 기억되고 추앙받을 것이다. 나 같은 후세 사람으로서는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다.

5층에서 가장 놀라웠던 일은 복도 끝에 밖으로 보이는 작은 공간이었다. 그 공간을 통해서 밖을 볼 수 있는데 놀랍게도 남영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 모습이 보였다. 정말 가까운 거리였다. 남영역은 국철로서 1987년에도 있었다. 그 당시에도 사람들은 열차가 오기를 기다리고 분주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옆에서는 모진 고문 속에서 생을 마감한 민주열사들이었다. 전율이 흘렀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고문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모를 수 밖에 없는 비극적인 구조에 탄식을 금할 수 없었다. 물론 1987년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지는 않은 지 질문해본다.


4층으로 내려와 박종철 열사 기념관을 둘러보았다. 마음이 또다시 먹먹해졌다. 국가가 이렇게 한 똑똑하게 평범한 젊은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1965년생이니까 지금 살아계셨다면 53세가 되었을 것이다. 살아계셨다면 아마도 대학을 간 자녀가 있을 법한 나이가 되어서 사회에서 열심히 활동했을 것이다. 그러한 그는 이제 없다.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다. 남은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더 이상 국가권력이 부당하게 국민을 탄압하는 일이 없도록 항상 감시하는 것이다. 헛헛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채 대공분실에서 나오는데 입구의 철문이 유난히 두껍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더 이상 그 철문이 시민과 정부사이를 가로막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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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