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혼재의 고문헌 사랑: 기탁으로 빛나다>

Exhibition 2018. 11. 12. 02:05

대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국립중앙도서관 근처에 살았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에는 아무래도 학교와 학원에 시간을 많이 보내는 바람에 근처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용하게 된 것은 대학교에 간 후였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내가 자주이용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로 꾸준히 변해왔다. 가장 큰 변화는 디지털 도서관이 생겼고 그 디지털 도서관 안에 기록 박물관이 생겼다. 근래에는 리모델링을 해서 적어도 자료실은 굉장히 세련되게 바뀌었다. 물론 도서관의 핵심은 책이지만 국립중앙도서관에는 전시실도 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튼실한 내용의 전시도 심심찮게 진행되고 있다. 2018104일부터 1125일까지 열리는 <동혼재의 고문헌 사랑>도 볼 만한 전시였다.


동혼재는 지명이 아니라 사람의 호다. 고문헌 전문가 석한남 선생의 호이다. 동혼재 선생님은 생존하시는 분으로서 나이가 생각보다는 많지 않으시다. 내가 이 분을 직접적으로 알지도 못하는 데 이렇게 추측했던 것은 그 분의 사진과 결정적으로 그 분이 자신이 모아왔던 소중한 자료 168점을 국립중앙도서관에 기탁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평생을 모은 것을 기탁하려면 거의 돌아가실 때 즈음이라고 생각할 것으로 추측했는데 나의 추측은 틀렸다. 그 분의 연세는 올해 59세라고 한다. 동혼재 선생께서는 한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여러 자료를 모아오셨다. 그러다가 임진왜란 이전에 간행된 <순화간첩>을 비롯해서 각종 글, 편지 그리고 도장까지 다양하게 기탁을 하셨다.


나는 한학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논할 것은 없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기탁행위 그 자체였다. 어떤 물품을 기탁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기부문화는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 그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기부하는 사람에 대한 예우부족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부하는 사람이 꼭 예우를 받기 위해서 기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예우를 한다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이러한 예우는 다른 사람들도 기부행위를 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국립중앙도서관의 <동혼재의 고문헌 사랑>전은 상당히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그의 이름이 영원히 기억될 수 있게 도서관 한편에 명예의 전당같은 공간을 마련해도 좋을 것이다. 외국에는 뉴욕공립도서관처럼 기부자나 기증자의 이름을 벽에 세기는 경우가 많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통할 것이다.


또한 기증에 대한 행정절차가 손쉽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기증하려고 하는 데 번거로운 행정절차가 있다면 마치 물건을 사는 데 엑티브 X 때문에 구매의욕이 주는 것처럼 기증에 대한 의욕이 감소할 수 있다. 기증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행정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하고 기부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기증자인 동혼재님 외에 눈길을 끌었던 것은 해평윤씨 장원공파 시조이다. 살아있는 사람은 누군가의 후손이다. 궁극적으로 조상이 있다. 그 조상들의 이름을 적어놓은 것이 족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족보를 중시하는 문화가 있었다. 그 족보에는 시조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시조도 누군가의 후손이었을 것이다. 그러면 그 시조의 선조는 왜 족보에 들어가지 못했을까라는 질문이 든다. 시조는 창시자이기도 하지만 어떠한 족보의 대를 끊은 사람으로도 해석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해평윤씨 장원공파 시조인 윤군정씨는 ” “어떻게시조가 될 수 있었을지 궁금했다. 외국인 방송인으로 잘 알려진 로버트 할리는 한국으로 귀화하면서 이름을 하일로 지었고, 스스로 영도하씨의 시조로 하였다. 이런 경우에야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명백한 이유로 시조가 되었으므로 의문이 없다. 그런데 윤군정씨는 어떻게 시조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 전까지는 어느 소속이었으며 왜 시조가 되었는지도 궁금하다. 그리고 나도 어느 씨의 종파의 시조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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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