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탐구 집>

TV 2019. 10. 1. 00:39

EBS는 수능방송이외에도 다양한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건축탐구 집>도 양질의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면서 가장 보편화된 집의 형태는 아파트이다. 나도 아파트를 싫어하면서도 좋아한다. 규격화된 닭장 같은 것이 보기에는 답답해 보일 수는 있어도 뜨거운 물도 잘 나와, 방도 따듯해, 경비아저씨도 있고해서 은근히 편하다. 물론 이웃에 따라 층간소음, 담배냄새, 그리고 때로는 주차난으로 고생할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것이 없는 곳이라면 아파트도 꽤 괜찮은 옵션이다. 특히나 집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인 곳이 바로 아파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개인차이가 있고 개인마다 욕구하는 바도 다르다. 인간의 생활에 가장 중요한 것이 의식주이다. 그만큼 살아가는 곳은 사람의 성격에 영향을 미치고 삶의 질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요소임을 부인할 수 없다. <건축탐구 집>에서는 어떻게 사람들이 자신의 스타일로 집을 짓고 살아가는 지를 잘 보여준다.

<건축탐구 집>의 재미있는 집편에서는 도심에 있는 집을 소개하였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만큼이 천편일률적인 빌라스타일을 완전히 벗어난 스페인의 가우디느낌이 나는 집을 소개해주었다. 만화나 동화에서 나올 법한 범상치않은 모습의 건물은 그 자체가 용기였다. 이렇게 독특하게 생긴 건물에서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에 동화에서 나올 법한 건물이 박물관이나 호텔같은 것이면 오히려 유명해지기도 쉽고 좋다. 그런데 일반 가정집으로 산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일단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사진찍고, 수군거리고 하는 것을 견디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동네사람들이나 아는 사람들에게 한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은 덤이다. 이 모든 것을 기본적으로 견뎌내야 동화같은 집에 살 수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겉만 특이한 것이 아니라 내부도 상당히 예술적이었다. 방송에도 나왔지만 전통적이면서도 현재적이고 그리고 미래적인 느낌의 그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독창적인 디자인이었다. 이러한 곳에서 산다는 것에서 나는 건축주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산다는 것이 확실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그 건축주가 나이가 꽤 지긋한 부부였다는 것이다. 물론 고정관념이겠지만 나이가 들면 평범한 것에 안주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특히 남편분의 스타일이 굉장히 독특했는데 지금이야 이러한 독창적인 스타일이 우대받는 세상이 되어가지만 건축주가 살아왔던 시절은 표준규격화의 시대였는데 어떻게 그 시절을 견디고 살았을 지가 의문일 정도였다. 그런데 나이가 70이 넘어도 정신이 젊으니 젊다는 느낌이 들었다.

출퇴근이 없는 집편도 잘 보았다. 집과 사무실이 집에 있는 건축가 가족의 집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사실 재택근무를 하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확실히 개인의 선호도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집에서 일을 절대 못하는 스타일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집은 비생산성으로 가는 지름길의 집일 것이다. 반면에 집에서 일하는 것을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집은 아주 생산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출퇴근 시간에 지쳐가는 현실을 보았을 때는 꽤 멋진 컨셉이다. 출퇴근을 오랫동안 하지 않더라도 사무실을 집 근방의 구하는 프리랜서들이 있는데 그들은 아마도 재택근무의 장단점을 합친 경우가 되겠다. 방송에 나온 건축가의 경우에는 직업상 가능했고 재택근무를 자연스럽게 연결한 성공한 경우라고 볼 수 있었다.

집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의 집은 있는 것 같다. <건축탐구 집>을 보면서 내가 사는 공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내가 어느 공간에 있어서 가장 행복할 것인지에 대해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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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