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가 우리에게>

Book 2017. 10. 9. 01:01


 

우리나라가 유교 혹은 유학의 영향을 오랫동안 받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유교의 영향이 현대들어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너무 허례허식에 집중하여 실질적이지 못하다는 면도 있고, 너무 따지는 것 많아서 사람과의 진솔한 관계를 저해하는 면도 있다. 예를 들어, 나이라든지 직급 같은 것을 지나치게 따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유교의 전부는 아니고, 올바르게 사용되지 못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명절 때면 차례상에 관한 구구절절한 예법에 많은 젊은이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사실 유학의 거목인 이황 선생님도 이를 간파하고 있었고, "음식의 종류에 있어서는 옛날과 매우 다르기 때문에 옛날의 예절 책에 나오는 것과 똑같게 차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옛날 책을 보면 소금만을 따로 접시에 차려 놓았으나, 오늘날은 평일 봉양할 떄와 같게 생각하여 간장으로 대신하는 것이 잘하는 일일 것입니다"라고 적어놓았다. 차례를 지내는 이유를 잘 생각해보면 형식보다 마음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근래 차례상에 피자나 바나나같이 고인(故人)이 좋아한 음식을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퇴계선생님께서 하신 여러 글을 주제별(학문, 마음정리, 처신, 나라에 대한 생각)로 잘 정리해두었다. 특히 나같이 학문을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퇴계선생님의 말씀은 도움이 되었다. 예를 들어, "비유하자면 100자 깊이로 우물을 파야 하는 일을 네다섯 번 삽을 뜨자마자 벌써 물이 펑펑 솟아오르는 맑은 샘을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이미 샘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투덜거리거리며 몸이 피로하고 힘이 다 빠졌다고 한숨 쉬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너무 요행을 바라거나, 노력했지만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반성을 해본다.

 

이 외에도 바람직한 "선비"가 되기 위한 여러 덕목들을 써놓았다. 어쩌면 원칙만 지키는 고지식한 면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런 점이 퇴계선생님이 본받을 수 있는 사도임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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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톨로지>

Book 2017. 10. 2. 21:29

김정운 박사의 글은 아주 살아있다. 그래서 읽는데 아주 수월하다. 그리고 그 의견이 아주 뚜렷하다. 이런 이유로 반감을 가질 수도 있지만, 이런 이유로 더 매력적이다.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는 상황이라면, 적은 생기지 않겠지만 매력은 그만큼 떨어지기 마련인가보다.

김정운 박사의 요지는 이제는 지식을 단순히 습득하던 시절은 갔고, 조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에디톨로지(Editology)라는 단어를 조어(造語)한다. 그리고 그는 창조는 곧 편집이다(7).”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이야기를 써놓았다.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예(마우스, 예능자막, 하이퍼텍스트)를 통해서 설명하는데 설득력이 있고, 나는 충분히 설득 당했다. 그래서 편집이라는 것이 수동적인 모방이 아니라 능동적인 창조활동임에 동의하였다.

중요한 것은 저자가 주장하려는 내용을 알아서 유익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했지만 글을 읽는 과정도 자체가 아주 즐거웠다. 문화심리학자인 저자는 어렵게 쓸 수도 있는 내용을 거의 구어체로 썼다. 그렇다보니 글읽는 속도도 날 뿐만 아니라 이해도 잘 되었다. 가끔 같은 내용도 어렵게 써서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저자는 어려운 내용도 쉽게 다양한 예를 잘 들어가면서 쉽게 쓰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이럴때 책을 읽는 즐거움은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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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말년씨리즈>

Book 2017. 9. 18. 04:06

어느새 일상 속으로 들어온 웹툰. 이제는 우리 문화의 한부분이 되었다. 수많은 웹툰작가 중에서 이말년 선생님을 좋아한다. 그의 여러 저작 중, <이말년씨리즈>를 좋아했다. 아주 창의적인 전개방식으로 웃음을 폭발시킨 이니셜M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이 기본적으로 재미있다.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다. 촌철살인 같은 사회비평도 압권이다.

이미 국정원의 댓글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전에 이를 조롱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 당시에는 그저 웃고 넘어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주 중요한 이야기였다. 정치비평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시급한 이야기를 아주 적절한 비유로 그렸다. 특히 "잠은행"은 잠을 줄이고 철야야근을 하는 직장인의 결말을 아주 잘 그렸다. 이것이 작가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재미뿐만이 아니라 곰곰이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재미와 의미 모두 성취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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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와 행정>

Book 2017. 9. 10. 20:11

정부는 수많은 사안을 처리해야 한다. 그 중에서 표준화된 절차를 통해서 해결되는 경우도 많지만, 종종 의사결정자의 심각한 고민을 불러일으킨 딜레마 상황에 봉착할 경우가 있다. 딜레마 이론은 (1) 선택사항의 결과가 비슷할 때, (2) 선택사항을 모두 고를 수 없을 때, (3) 선택사항을 합칠 수 없을 때, 그리고 (4) 선택하는 데 있어서 시간제약이 있을 때 의사결정자에게 딜레마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사화과학학계에서는 우리나라 상황을 설명할 때 많은 부분 외국이론에 의존한다. 딜레마 이론은 이름은 "딜레마"라는 영어를 가지고 있지만 국내 토종이론으로 우리나라 정부의 여러 상황을 잘 설명하였다.

이 책 <딜레마와 행정>에서는 딜레마 이론을 가지고 여러 사례를 분석한 논문들의 모음집이다. 그동안 있었던 지역갈등, 노사갈등, 북핵문제까지 많은 부분이 딜레마 이론은 설명했다. 물론 딜레마 이론이 현상을 잘 설명하지만 아쉬운 것도 있다. 어쩌면 모든 이론이 어느 정도가 가지고 있는 것인데 딜레마를 해결하는 답을 모두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상을 잘 분석하는 길이 문제해결을 위한 첫걸음인 만큼 유용성이 큰 사고체계임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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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Book 2017. 9. 4. 01:09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루어진 촛불집회를 보면서 시민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시민이라는 단어를 어렵지 않게 쓰고 있지만, 사실 시민은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단순히 어떠한 시에 살고 있는 사람,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시민을 "공동체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주체로 서로 관계 맺으며, 공동의 문제를 함께 숙의하고 해결하는 사람들(15)"이라고 보고 있다. 저자가 정의한 시민의 개념을 잘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자의가 되었든 타의가 되었든 시민도 어느 공동체에 소속되어서 살고 있다. 아무리 아무 소속이 없더라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그리고 자신의 몸이 거쳐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는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공동체가 문제가 없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공동체는 늘 어떠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문제를 인지하고 파악하는 것은 공무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에게 직접,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시민은 자기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시민은 능동적으로 활동해야 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시민이 아닌 신민(臣民)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시민의 기원, 역사적 흐름에 따른 변천, 그리고 유사개념과의 비교를 통해서 시민에 대한 논의하고 있다. 분량이 짧아서 이 책을 보고서 시민의 모든 것을 다 이해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상당 정도의 핵심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그리고 시민에 대한 입장을 세우는 데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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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독파하는 변신>

Book 2017. 8. 28. 23:12

평소에 사회과학책을 주로 보다보니 문학책이 잘 읽히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만화로 독파하는>시리즈는 만화를 통해 어려운 소설을 읽으니 내용이 이해가 쏙쏙되었다. 특히 그림체도 아주 탁월해서 몰입감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작인 변신은 현대문학의 고전 중 하나 중의 하나이다. 변신이라고 번역되어있지만 변신이라고 하면 약간 좋은 의미를 내포하는 면도 더러 있다. 원제인 Die verwandlung은 영어로 The Metamorphosis인데, 변신보다는 변태라고 번역하는 게 더 낳다고 본다. 우울하고 어두운 면을 조망하려면 변신이라는 단어는 적합하지 않은 느낌이다.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꼈지만 주인공인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의 불안감에 크게 동감했다. 물론 벌레로 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지만 불안이라는 감정은 그 때나 지금이나 직면한 현실이다. 나도 가끔 불안해서 꾸는 꿈이 있다. 예를 들어, 전쟁에 휘말리는 꿈이라든지, 직장에서 퇴출되는 꿈이라든지 가지각색의 꿈을 꾸기도 한다. 인간이 신이 아닌 이상에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불안을 항상 우리 옆에 있을 것이다. 다만, 잠시 잊고 사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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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보다 재미있는 세계 100대 명화>

Book 2017. 8. 19. 14:49

세계 유수의 미술관을 가보면 서양의 명화는 대략 세분류로 나눠질 수 있다: 1. 그리스 로마 신화, 2. 그리스도 및 기독교, 3. 그 외 모든 주제. 이런 그림들을 배경지식 없이 보는 것도 좋다. 그런데 배경지식을 어느 정도 알고 보면 특히 그리스 로마 신화관련, 그리스도 관련 그림을 아주 흥미롭게 볼 수 있다. <루브르 박물관보다 재미있는 세계 100대 명화>를 읽으면서 화가가 왜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 알 수 있었고 또 화가가 숨겨놓은 단서를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림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아동을 대상으로 쓴 책이기에 글을 이해하기 아주 쉽다. 그래서인지 나와 같은 미술의 문외한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그림 한장에 설명 한 장이기 때문에 100점이라고 해도 분량에 압박없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참고로 책제목을 흘깃 본다면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명화 100점을 소개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명화를 포함에 세계 각 곳에 에 있는 명화 100점을 소개하였다.

읽으면서 스스로 질문했던 것은 원래 알고 있던 그림은 더 잘 그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을 정도의 그림은 대개 유명한 그림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유명한 그림이 꼭 잘 그린 그림이 아닐 지언데 내심 받아들이기에는 알고 있는 유명한 그림을 보면 역시 잘 그렸군!”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참 관념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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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ily Drucker>

Book 2017. 8. 14. 23:38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피터 드러커가 그동안 쓰고 말했던 것을 정리한 책이다. 하루에 한주제씩 한단락 정도의 이야기 쓰고 그에 관련한 생각할 거리를 써놓았다. 구절구절 담담하며 자신감이 넘치는 그의 글은 마치 이것이 경영학의 잠언집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마치 종교의 경전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아야할지 써놓았듯이, 여기에는 기업(가끔 정부나 비영리부분도 포함됨)이 어떻게 운영되어야하는지 다각면에서 써놓았다.

물론 종교 경전에 나온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 어렵듯, 기업이나 관리자들이 피터 드러커가 말한대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마치 다이어트를 못하더라도 다이어트 관련 책을 읽듯이, 읽어볼만하다. 그리고 강력한 의지로 실천에 옮기고 그것이 하나의 루틴으로 자리 잡는다면 조직은 성장할 것이다.

피터 드러커가 경영학의 대가로서 존경받는 것 이외도 눈여겨볼 점은 그의 꾸준함이다. 200595세의 나이로 타계할 때까지 그는 성실하게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학술활동을 해왔다. 놀라운 것은 응용학문으로서 경영학을 제대로 된 지식이 될 수 있도록 General Motors부터 Red Cross까지 다양한 조직에서 자문을 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그의 이론을 더 적실성있게 하였다. 이런 점도 참으로 배울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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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 무엇인가>

Book 2017. 8. 6. 23:16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떠올랐다. 그 이유는, 물론 중간마다 작가의 의견이 배어 나오지만, 궁극적으로 어떠한 국가관에 갖느냐에 대한 결정은 독자에게 던져주기 때문이다. 마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정의에 대한 많은 학자들의 의견 그리고 센델교수의 의견을 들어냈지만, 궁극적으로 정의에 대한 정의는 독자 스스로 내려야 하듯이 말이다.

유작가는 국가에 대해 이해를 돕기 위해, 플라톤, 루소, 홉스, 로크, 하이에크 등등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단순히 적시할 뿐 아니라, 현재 상황에 엮어서 설명한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히(?) 가졌던 애국심이든지, 국가관에 대해 한발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면에서 사회교과서와는 차별화된다.

국가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압축성장을 한 경우에는 세대별로 국가에 대한 판이하게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관념이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변하고 있다. 21세기가 도래한지 이제 17. 한번 즈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국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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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Book 2017. 8. 1. 22:56

이제는 육체적 상처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상처도 보듬어 주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물론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육체적인 상처처럼 육안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덜 해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0, 20, 30대에서 사망하는 이유 1위가 자살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정신적 상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30대까지는 어쩌면 암보다 정신적 상흔이 더 위협적인 요인이 되겠다. 마음의 병은 이제 신체적인 상흔이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가 된 것이다.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은 영화를 통해서 이런 저런 정신적 상처에 대한 원인, 증세, 결과, 그리고 치유의 방안을 이야기하였다. 내가 이미 본 영화의 경우에는 글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모르는 영화의 경우에는 이해도는 좀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러 좋은 영화를 알게 되어서 좋았다.

영화가 완전히 가상을 다룬 경우도 더러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실제있는 일에 영감을 받아서 만든다. 그리고 때로는 실제있는 일을 약간의 각색만해서 영화를 만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사람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좋은 도구가 된다. 물론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저자의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가겠지만 그것도 또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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