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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지금까지 건물 안에만 있었던 박물관이라는 개념을 뒤집은 신선한 박물관이다. 물론 돈의문 박물관 마을도 실내 전시가 있다. 하지만 그 실내 전시건물 사이에 예전 건물을 살려두어 공간이 주는 기억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예전 그 시절을 실제로 지냈던 분들에게는 회상을 그 시절을 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공감각적으로 그 때 그 시절이 어떠했을지 이해하게 해준다.
우선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이해하려면 돈의문부터 알아야 한다. 돈의문을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은 탠데 돈의문의 다른 말은 서대문이다. 1396년 돈의문이 건립되었으나 1413년 경복궁의 지맥을 해친다는 이유로 폐쇄되었다고 한다. 그 후 1422년에 정동사거리에 새롭게 조성되었고 그 때부터 새문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그리고 돈의문 안쪽 동네를 새문안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1915년 일본이 도로 확장을 이후로 돈의문을 아예 철거해 버렸다. 그래서 돈의문만 이제 형체없이 이야기로만 남겨진 문이 되었다.
이 새문안은 세월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살고 지나갔다. 그나마 최근에는 이 동네가 과외방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마치 지금의 대치동처럼 말이다. 경복고나 이화여고처럼 지금도 그 동네에 있는 학교부터 지금은 강남으로 내려왔지만 당시에는 이 동네에 있었던 경기고, 서울고, 경기여고 등 많은 명문고등학교가 있어서 과외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고 한다. 물론 지금과 그 때 대학진학율도 다르고 그 때의 명문고는 대부분은 평준화되어 일반고가 되었지만 지금이나 그 때나 다르지 않은 것은 교육열이다. 교육이 사회적 신분을 바꿀 수 있는 몇 안되는 수단이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시간은 흘러 명문고들이 강남으로 가고 과외금지령이 떨어지면서 이 동네의 분위기도 바뀌어 동네식당을 하는 곳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지금은 대한민국 사교육의 1번지인 대치동이 맛집타운으로 바뀐 느낌이랄까. 사실 지금 강남8학군에 좋은 학교가 많지만 사실 그 학교가 좋다기보다는 그 동네 사는 사람이 잘 살아서 좋아진 것이어서 새문안과는 다를 수 있겠다. 지금도 각종 특목고는 강남에 없다. 돈의문 박물관 거리를 걸으면서 대치동의 미래를 한 번 그려본다.
시간이 또 흘러 2003년 이 동네는 점점 낙후해졌는데 이 지역이 “돈의문 뉴타운”으로 지정된다고 한다. 그리고 원안에 따르면 이 동네는 공원으로 바뀔 계획이였다고 한다. 그런데 2015년 공원으로 바꾸지 않고 동네 자체를 그대로 두고 박물관화하는 것으로 선회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 태어난 것이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다. 물론 지금은 여기에 직접 주민이 사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의 흔적도 남기고 예술가들이 활동하여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래서 새문안은 새롭게 태어났다.
박물관에 여러 전시실이 있는 것처럼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도 여러 관람 포인트가 있다. ‘돈의문역사관’, ‘삼대가옥’, ‘돈의문구락부’, ‘생활사전시관’, ‘서울미래유산관’, ‘시민갤러리’, ‘작가갤러리’, ‘돈의문체험관’, ‘서울도시재생이야기관’, ‘기획전시’, ‘스코필드기념관’, ‘명인갤러리’ 등 크고 작은 전시실 들이 있다. 옛것을 살리려 노력했지만 워낙 잘 리모델링해서 전혀 더럽거나 불쾌하지 않다(아이러니 한 것은 옛것을 그대로 살리려 하면 쿰쿰하고 어두운 면도 그대로 보여져야 하는 데 그것이 쉽지는 않다). 박물관 마을을 어슬렁 거리면서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 맛이 제대로다. 가끔 진짜 사람이 거주하는 벽화마을 같은 곳에서 어슬렁거리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불쾌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럴 걱정없이 마음대로 사진도 찍어도 좋고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다. 물론 모든 박물관을 박물관 마을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시마다 이 정도의 박물관 마을을 하나 정도 가져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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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수도권 밀집현상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다. 지방균형발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꾸준히 수도권으로 모여드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러 이유 중에 하나가 문화시설이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이었던 시절에는 문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적었다. 그저 호구지책에 신경을 썼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올라설정도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문화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러한 수요를 채워주는 시설이 대부분 수도권에 쏠여 있기 때문에 수도권에 사는 것이 삶의 메리트로 작용하게 되었다. 물론 이론상으로는 두메산골에서도 시간을 내서 서울로 문화를 감상하기 위해서 상경하고 다시 돌아가면 된다. 하지만 말이 쉽지 문화는 생활속에 가까이 있어서 더 잘 즐길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삶의 질이 더 올라가게 된다. 삶의 질이 더 나은 곳에서 살고 싶은 것은 사람의 원초적인 욕구다. 그러므로 문화시설이 잘 구비된 곳으로 이사오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8년에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점은 국토균형발전측면에서 반가운 일이다.
청주는 충청북도의 간판도시로 경부고속도로 인근에 위치해 있어서 서울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쉬지 않고 달리면 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 LG생활건강이나 SK반도체 공장 등 여러 기업체가 들어와 있어서 경제활동이 왕성한 곳이다. 그런데 메가도시로 성장이 안되는 이유가 문화적인 면이 좀 부족했다. 물론 청주는 직지의 도시라는 이름을 밀고 있다. 직지란직지심체요절의 줄임말로 흥덕사에서 1377년에 세계최초로 금속활자로 책을 제작한 것이다. 그만큼이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이 책이 분명히 중요한 우리나라의 역사적 유산이기는 하지만 현대인들이 직지를 읽고 다니지는 않는다. 서울 사람이 보기에는 청주의 문화시설은 택도 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살기는 좋은 데 매력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미술관의 개관은 청주에서 살아야할 이유를 하나 더했다.
현대미술관 청주분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전시시설은 수장고(우리나라 최초 개방형 수장고라고 한다)다. 수장고의 사전적 의미는 '귀중한 것을 고이 간직하는 창고'이라고 하는데 박물관, 미술관 전시실에서 일정 기간 노출된 유물이 보관되는 곳으로 항온, 항습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일반인의 눈에는 예술작품들의 창고같다. 그래서 그동안 아름답게 전시되어야만 할 것 같은 예술작품들이 수두룩하게 전시되어 있다. 처음에는 이래도 되나 싶은 느낌이 드는데 일반 전시시설과는 다른 색다른 느낌을 준다.
이 시설이 더 호기심이 가는 것은 원래 건물이 연초제조장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건물에서 담배를 가공했다고 한다. 그런데 2004년에 공장이 가동 중단되었고 급속히 동네가 쇠락해갔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시재생사업으로 현대미술관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선도사업으로 선정되어 문화제조당도 들어오게되었다. 이렇게 죽어가는 도시에 예술의 혼이 들어오니 지역의 활기가 돌아왔다.
가끔 예술이 우리의 삶에 무슨 관계가 있을 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당장 문화예술이 없더라도 먹고사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화예술이 먹고사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퇴근 후에 보는 티비 드라마부터 길거리에서 잠시 관심을 줄 수 있는 조각상까지 모두 문화예술이 녹아들어있다. 이 문화예술이 칙칙한 사회를 생기있게 해준다. 물론 BTS나 봉준호 같은 거물의 업적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힘들 때 흥얼거리는 유행가부터 인생을 큰 감명을 주는 예술작품은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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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에 한명을 꼽으라면 마틴루터킹 주니어가 있다. 그의 비폭력 흑인인권운동은 현재 미국에서 흑인이 살아가는 데 단단한 토양이 되었다.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 미국에서는 그의 생일을 연방휴일로 지정하였다. 그런데 사실 그에 대해서는 그의 명연설 <I have a dream>을 제외하고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스탠포드의 역사학자 Clayborne Carson이 마틴루터킹의 사료를 취합하여 그의 자서전을 썼는데 그에 대해서 이해하는 아주 도움이 되는 책이다.
마틴루터킹은 1929년생이다(송해선생님보다 더 어리다!). 그가 자라온 시절은 이미 노예해방이 된 후 한참 뒤였지만 흑인이 백인과 같이 학교를 다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같이 버스에도 같이 앉는 것도 금지되는 시절이었다. 명목상으로는 노예가 아니었지만 인종차별은 공공연하게 있었던 시절이었다. 나는 우선 주목할 것이 그의 용기이다. KKK단이 활보하는 미국남부에서 그가 흑인인권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걸고 활동하는 것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실제로 그는 암살당한다)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그렇다고 그가 자신의 영리를 위해서 운동한 것도 아니고 백인을 압살하겠다고 운동한 것도 아니고 피부색과 상관없이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운동한 것이다. 이러한 그의 정신이 널리 알려져야 함은 당연한 일이고 지금도 그의 뜻은 살아있다.
물론 그가 영리를 목적으로 활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조직이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인권운동과 같이 단시간 안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 더욱 돈이라는 문제는 부각된다. 이 책에서는 초창기 활동가 시절 돈에 대한 딜레마에 대해서 서술되어 있다. 마틴루터킹이 더 활발히 가두시위를 벌이려고 하는데 그 경우에 구속이 되어서 감옥에 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펀드레이징이 안된다. 그래서 동료들이 마틴루터킹보다 시위를 자제하라고 조언한다. 이 딜레마에서 마틴루터킹은 “Friends, I’ve made my decision. I have to make a faith act. I don’t know what will happen or what the outcome will be. I don’t know where the money will come from...But I am asking you to take this faith act with me.”라고 말하고 시위를 하고 감옥에 간다. 다행히 그는 전국적으로 명망을 얻게 되어서 꾸준히 인권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확실히 고민이 되는 순간인 것은 확실하다.
책을 읽으면서 흥미롭게 본 것은 그가 아이를 4명을 낳았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도 출산율이 많이 낮아져서 지금은 1.7이지만 마틴루터킹이 아이를 낳을 1950년대에 거의 4였다. 그래서 그 당시에 평균의 아이를 낳은 것이다. 그런데 그의 직업의 특성상 4명이나 낳았다는 것이 놀랄만 하다. 그 당시에 인권운동을 하다보면 테러를 당하게 되는데도 4명을 낳은 것이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가 못살았을 때 출산율이 잘사는 지금보다 높은 것에 버금가는 놀라움이다. 이런 것을 보면 예전 사람들은 지금 사람들과는 다른 강력한 정신상태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마틴루터킹의 자녀 4명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지면(마틴루터킹은 39살에 암살당한다) 다들 잘 자란다. 아버지의 뜻을 따라서 Martin Luther King 3세, Yolanda King, Dexter King은 인권운동가로 활동한다. 그리고 Bernice King은 아버지처럼 목사로 활동을 하고 있다. 가끔 부모는 사회적으로 크게 업적을 남겼는데 자녀들이 그 업적에 얼룩지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킹가족은 그렇지 않아서 다행히다. 물론 아버지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아버지보다 더 길게 아버지의 뜻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이를 아버지가 하늘에서 보고 흑인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좀 더 나아지는 것을 본다면 그가 걸었던 힘들었던 길을 걸었던 것을 자랑스러워 여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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