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철 <권력이란 무엇인가>

Book 2021. 7. 10. 23:50

대통령 선거가 다가와서 집권여당에서는 여러 후보들이 토론회를 통해서 자신이 더 나은 후보임을 유권자에게 피력한다. 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토론을 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말하자면 권력을 얻기 위함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주는 권력말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의 권한이 큰 국가에서는 대통령에 당선되어 권력을 쥐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과연 권력은 무엇일까. 흔히 쓰는 단어이지만 생각보다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병철의 <권력이란 무엇인가>는 권력에 대한 속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좋은 책이다. 물론 내가 이 책을 읽고 권력에 대한 모든 측면을 이해했다거나 이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러 경구와 같은 그의 글은 권력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권력이란 타자에게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능력이다(93)

 

물론 대통령같은 공식적 자리에서 나오는 권력도 있겠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권력이 필요하다. 일반인에게 권력은 어쩌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자유를 말할 수도 있겠다. 힘이 없으면 자신을 팔아서라도 굴종해야 한다. 반면에 권력이 있는 사람은 남에게 아쉬운 소리할 필요없이 스스로가 스스로답게 살 수 있다.

 

진리조차 권력과 결탁하고 있다. 진리는 권력 의지에 상응하는 구상 또는 구성물이다(56).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으로 늘 진리를 탐구하지만 과연 순수한 의미에서 진리가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자연과학이 아니고서야 사실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어느 정도의 편향성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 편향성이 대개 권력에 의해서 굴절된 것이 많다. 권력은 광범위하게 작동하고 있다.

 

권력자가 무자비한 폭력을 필요로 한다면, 그의 권력 기반은 이미 허약해져 있는 것이다. (5)

 

권력이라는 말은 종종 압제라는 단어와 어울리는데 저자는 이 압제의 허약성에 대해서 논파한다. 폭력을 일삼는 정권은 이미 붕괴직전인 정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강제가 아니라 습관의 자동주의가 권력의 효과를 상승시킨다. 절대적 권력이란 모습을 드러내거나 자신을 지시하지 않으면, 오히려 자명성과 완전하게 합치되어 있는 권력일 것이다. 권력은 부재를 통해 빛을 발한다. (83)

 

폭력으로 점철된 허약한 권력과는 반대되는 세련된 권력은 자발적인 추종을 이끌어 낸다. 이것이 아마도 조셉 나이가 말한 소프트 파워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군사력이나 경제력같은 하드파워도 중요하지만 문화와 같은 소프트 파워도 중요한 이유가 피지배자의 자발적이 추종을 이끌어 내는 데 있다. 이것이 아마도 현재 미국과 중국의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 중국이 최근 많이 발전해서 하드 파워는 강해졌는데 소프트 파워는 엉망진창이다. 하드 파워에만 기댄 권력은 지속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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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

<자유론>

Book 2019. 8. 4. 00:50

자유주의에 대한 책을 한권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고를 것 같다. 도무지 1800년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생각이 트여 있는 사람이다. 현재를 사는 우리가 스스로 자유롭게 살고 타인도 자유롭게 살기 위한 금과옥조들이 가득한 책이다.

최고 권력자가 행사할 수 있는 힘의 한계를 규정하고자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권력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것을 바로 자유라고 불렀다.” 우선 자유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부터가 탁월하다. 자유라고 하면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을 자유라고 생각하는데 권력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 자유라고 말하는 발상이 너무 마음에 든다. 사실 생활을 하다보면 여러 자유의 제한을 느끼고는 한다. 그 중에 어떤 것은 필요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떤 것은 부당하다가 생각한 것들도 있다. 이럴 때 자유의 제한을 느낀다. 이러한 제한을 풀어주는 것, 반대로 생각하면 정부혹은 다른 권력이 제한을 가하는 것을 줄이는 것이 자유라고 해석할 수 있다.

밀은 정부뿐만 아니라 대중에 의한 다수의 횡포에 대한 주의를 하고 있다. “사회는 이런 방법(사회가 통설과 다른 생각과 습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법률적 제재 이외의 방법으로써 윽박지르면서 통설을 행동 지침으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경향)을 통해 다수의 삶의 방식과 일치하지 않는 그 어떤 개별성도 발전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아예 그 싹조차 트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급기야는 모든 사람의 성격이나 개성을 사회의 표준에 맞도록 획일화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분명히 강조하지만, 집단의 생각이나 의사가 일정한 한계를 넘어 개인의 독립성에 함부로 관여하거나 간섭해서는 안 된다.” 밀이 죽은 지 무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사회의 통념에 어긋나는 언행을 하면 인상이 찌푸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다른 의견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들어줄 필요도 있는데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과 다른 의견을 듣기 싫어한다. 밀도 언급하였듯이 이는 말은 쉬운데 실제로 받아들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또 이미 밀은 개인의 독립성과 사회의 통제 사시에서 적절한 접점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밀은 이미 내가 지금하는 생각을 다 해버린 것 같다).

밀은 유명하게도 자유에 대한 원칙을 간명하게 설명한다, “말을 듣지 않는다고 강제하거나 위협을 가해서는 안된다. 그런 행동을 억지로라도 막지 않으면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게 나쁜 일을 하고 말 것이라는 분명한 근거가 없는 한, 결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행위에 한해서만 사회가 간섭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개인이 당연히 절대적인 자유를 누려야 한다. 자기 자신, 즉 자신의 몸이나 정신에 대해서는 각자의 주권자인 것이다.” 이 문구는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시금석이 되어야할 주옥같은 글이다.

그리고 밀은 지켜져야 할 자유의 영역을 세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우선 내면저 의식의 영역이다. 둘째는 자신의 기호를 즐기고 자기가 희망하는 것을 추구할 자유이다. 셋째는 결사의 자유이다. 생각해보면 이 지구 상에서 생각보다 이 세가지 영역이 제대로 지켜지는 나라가 생각보다는 많지 않음에 이 인류가 갈 길을 아직은 멀다라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밀은 바람직한 사고방식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고 대조하면서 틀린 것은 고치고 부족한 것은 보충하는 일을 의심쩍어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오히려 이를 습관화하는 것이 우리의 판단에 대한 믿음을 튼튼하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탄탄한 생각은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라 열린 자세로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의 생각을 강화하는 것이다.

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