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주 외 <투표행태의 이해>

Book 2021. 7. 9. 23:39

투표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투표가 없는 곳에서 민주주의가 있다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치인들은 시민들의 대표자가 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한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시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여러 방면으로 노력한다. 다른 시민참여의 통로가 있겠지만 투표만큼 확실하고 법적인 구속력을 가진 시민참여는 없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이 투표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투표가 간단해 보여도 조금 들여다보면 그 결정까지 다양한 영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투표에 대한 연구물을 모은 <투표행태의 이해>는 투표 그리고 나아가 선거를 이해하기 위해서 큰 도움이 되는 저작물이다.

이 책은 크게 투표행위에 대해서 5가지로 설명한다. 사회학적 접근법, 사회심리학적 접근법, 합리적 선택이론, 인지 심리학 이론, 그리고 신제도주의가 그것이다. 우선 컬럼비아 학파가 만들었다고 하는 사회학적 접근법은 유권자의 선호가 그들이 어떤 사회집단이나 사회네트워크에 소속되어 있는가에 주요한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사회네트워크란 다양해서 그것이 지역이 될수도 인종이 될수도 사회계층이 될수도, 종교가 될수도 있다. 이 설명이 맞다면 선거운동이 유권자 태도를 변화시키기 보다는 기존 태도를 강화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지역주의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다.

반면에 미시간 학파의 이론이라고 불리는 사회심리학적 접근법은 정당일체감을 주장한다. 정당일체감이란 유권자가 어떤 정당을 대상으로 하여 상당 기간 내면적으로 간직하고는 애착심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이 정당일체감은 유권자들이 정당보고 투표하게 한다. 정당일체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은 옹호하고 반대당에게는 비판적인 눈길을 보내게 된다. 좋든 나쁘든 이런 사람의 행태를 설명하기에 좋은 관점이다.

그리고 합리적 선택이론은 정치경제학에서 내세우는 관점으로 전망적 투표(prospective voting)과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유권자가 투표를 할 때 앞으로 잘 할 것 같은 사람에게 표를 주는 것이 전망적 투표이다. 반면에 회고적 투표는 그동안 해온 것은 평가하여 투표를 하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선거결과를 보면 회고적 투표가 많이 나타나는 것 같다. 그동안 잘 했으면 표를 더 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 덜 주어 질책을 하는 것이다.

합리적 선택이론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 인지심리학 이론이다. 인지심리학 이론에는 여러 측면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개념은 휴리스틱스라는 개념이다. 휴리스틱스(heuristics)란 후보자의 정책에 대해 특정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유권자가 현재 지식이나 느낌만으로 후보자나 정치적 대상에 대해 적절하게 추론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합리적 선택이론이 유권자가 가용한 정보를 전부 분석하여 판단을 내린다고 가정하는데 반해 휴리스틱스에 기반한 유권자는 몇몇의 정보의 조각으로 대충 판단을 내린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이것이 설득력이 있을 때가 많다.

마지막으로 신제도주의는 선거제도가 유권자에 행테에 영향을 준다는 것인다. ‘제도주의라함은 제도주의가 있는 것인데 구제도주의는 국가기관의 공식적인 구조와 법체제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말한다. 이를 비판하고 나온 것이 정치제도 자체에 대한 연구보다는 이를 운용하는 개인(또는 집단)의 형태에 대한 분석 행태주의(behaviorism)였다. 이를 또다시 극복하고 나온 것이 신제도주의인데 선거제도 자체가 유권자의 행태에 영향을 준다고 본다. 예를 들어, 비례적 선거제도, 다수결 선거제도 등의 제도특징이 유권자 행태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책에서 말한 여러 접근법 중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선거때마다 그 이유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식을 가지고 선거를 보는 것은 더 선거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책이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정욱 <7막7장>  (0) 2021.07.11
한병철 <권력이란 무엇인가>  (0) 2021.07.10
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0) 2021.07.08
홍자성 <채근담>  (0) 2021.07.07
알베르 카뮈 <페스트>  (0) 2021.07.06
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