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자성 <채근담>

Book 2021. 7. 7. 22:05

채근담을 익히 알고 있었으나 직접 읽어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채근담의 뜻은 사람이 항상 나물 뿌리를 씹어 먹을 수 있으면 곧 백가지 일을 가히 이루리라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이 초근목피와 같은 조식을 달게 여겨 그 담담한 맛에서 참맛을 느끼고 어려움을 참고 견디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뜻을 말한다고 한다. 읽으면 격언의 총집합이라고 할 만하다. 어떠한 의미에서 힐링도서의 원조격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세월은 본디 길고 오래건만 마음 바쁜 이가 스스로 짧다고 한다.

 

나이가 갈수록 세월이 너무 빨리 간다. 청소년 때 한 달의 체감이 지금은 1년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친한 친구라도 1년에 한번 보면 꽤나 자주만나는 편이 되었다. 도무지 점점 빨라지는 세월을 막을 수 없어 어떠한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는데 채근담에서 세월의 흐름은 그대로 인데 마음 바쁜 사람이 짧다고 하는 말이 큰 공감을 하였다.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면서 책임질 일도 많이지니 점차 머리가 복잡해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마음의 번잡함이 세월이 빠르게 흐르게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기사 할 일없이 부양할 가족이 없다면 시간은 비교적 천천히 흐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는데 그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나와 관계없는 뉴스를 덜 보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겠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이가 성겨지는 것은 헛된 형체의 시들어짐에 맡겨 두라. 새의 노래와 꽃의 웃음에서 변함없는 진리를 배우라.

 

요즘 예전과 달리 머리숱이 줄어서 걱정이다. 그리고 눈 밑이 약간 처지는 것 같다. 그렇다 나이가 든 것이다. 노화는 도무지 막을 수 없는 인류의 숙명이다. 그런데 채근담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고 좀더 중요한 삶의 이치를 깨달으라고 한다. 역시 좋은 말을 이행하기 몹시 어렵다. 당장 피부과에 달려가서 시술을 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노화를 받아들이라니.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채근담이 씌여질 당시에는 기술이 덜 발전해서 그럴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자연스러운 노화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인생의 목적에 대해서 더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문득 나보다 못한 사람을 생각하라. 곧 원망이 절로 꺼지리라. 마음이 게을러질 때에는 문득 나보다 나은 사람을 생각하라. 곧 정신이 절로 분발하리라.

 

채근담을 보면서 가장 내가 실제로 이행하는 글귀를 만나서 반가웠다. 나도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나의 위치에 대해서 불만족스러울 때는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서 위안을 얻기도 한다. 그리고 나태해질 때에는 나보다 더 잘나가는 사람을 보면서 배우기도하고 동기부여를 받기도 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은 상대적이었고 비교를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과 비교하지 말고 스스로의 과거와 지금을 비교하는 것이겠다. 하지만 현실 사회에서 상대방과의 비교는 불가피할 경우가 많다. 그 비교가 불가피 하다면 좀 더 긍정적으로 비교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채근담이 주는 조언은 지금도 유효하다. 채근담에 적혀 있는 말들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모두 통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의 참된 조언을 얻을 수 있다면 이 책은 계속 고전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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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