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기념관>

Exhibition 2019. 9. 24. 14:44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도산기념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세련된 동네 중에 한 곳에 위치해있다. 명품샵들이 즐비하고 값비싼 레스토랑이 많은 이 동네에 <도산공원>이 있고 그 공원안에 <도산기념관>이 있다. 널리 알려진대로 도산(島山)”은 안창호 선생님의 호이다. 놀랍게도 이 도산이라는 호가 그가 하와이에서 일한 배경을 통해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도산이라는 뜻이 산처럼 우뚝선 섬이라는 것이다. 하와이가 당시에는 도산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도산선생님은 1878년 안흥국의 3남으로 태어났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인 안흥국은 그가 11살일 때 별세하였다고 한다. 100년 전에는 가부장적인 사회질서가 만연하였을 때인데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것은 상당한 타격이었을 것이다. 그 때 도산선생님네 집은 어떻게 경제활동을 했을지 궁금하다. 지금이야 아기나 적게 낳지만 그에게는 형제도 있었다. 사회전체적으로 농업기술이 발전되어있지 않아서 식량도 부족한데 그가 잘 성장한 것을 보면 어떤 면에서는 운이 좋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는 10대 때 서당을 다니기도 한고, 김현진의 문하에서 한학을 공부하기도 하였다고 한다(그래서 그가 갓을 쓰고 있는 모습도 남아있다). 그리고 서울로 와서 밀러학당에 입학하고 기독교에 입문하기도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21세에 평안남도에 점진학교를 설립하고 황무지 개간 사업을 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확실히 그당시 20대와 지금의 20대는 차원이 다른 존재인 것 같다. 지금 20대라고 해보았자,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아닌 이상이야, 해놓은 것 하나없는 미생에 불과하지만 100년 전의 20대는 어엿한 어른의 역할을 했던 것 같다.

1902년 대한제국시절 도산선생은 샌프란시스코로 간다. 지금도 센프란시스코는 꽤 먼곳으로 비행기로 10시간 넘게 가야한다. 그런데 100년 전에는 배를 타고 몇 개월 거쳐서 가야하는 곳이었다. 게다가 지금에야 가기 전에 정보를 알아서 가지만 그 당시에는 미국이라는 존재는 미지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도산선생께서 영어를 가기 전부터 잘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알파벳이나 알았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가 미국에 가서 자리를 잡고 생활하는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생활력이 있는 가를 짐작하게 한다.

그가 한 여러 일이 있다. 그 중 하나가 1913년 흥사단을 창립한 것이다. 나같이 인생을 30년 넘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흥사단은 예전 기차에서 먹을 것을 파는 단체로 기억할 수도 있다. 그마저도 KTX에서는 먹을 것을 전혀 팔지 않으면서 요즘 젊은이들은 흥사단이 무엇인지도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흥사단은 도산이 설립한 후로 지금까지 꾸준히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흥사단의 활동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아쉬운 점이 있다.

도산선생님은 일제에 의해서 투옥되었다가 1938년에 돌아가신다. 우리나라에 많은 독립운동가분들이 계시지만 그 중 가장 원통한 것은 광복의 기쁨을 못보고 돌아가신 것이다. 물론 광복 후의 혼란과 민족의 비극적인 전쟁을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평생을 독립을 위해서 살아오신 독립운동가분들에게 독립은 인생 그 자체였다. 그런데 도산선생님은 김구선생님과는 달리 이 독립을 보지 못하지고 돌아가시고 만다. 그 얼마나 슬픈 일인가. 너무 화가 나서 죽고 싶지 않으셨을 것 같다. 충분히 편안한 삶을 사실 수도 있었는데 일본과 전혀 결탁하지 않고 독립의 뜻을 지키셨던 그 마음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본받아야 할 것이다. 그가 수감되었을 때 모습이 피폐했지만 그 눈빛은 결기를 잊지 않았음을 본다.

도산 선생님은 미국,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를 막론하고 활동하면서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힘썼다. <도산기념관>에는 그의 흔적이 잘 남아있다. 도산공원 쪽에 데이트를 하러간다면 조금 일찍 가서 <도산기념관>에 들려 그의 생각과 뜻을 한번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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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

<안창호 평전>

Book 2019. 1. 13. 22:26

도산 안창호 선생님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독립투사 중의 한 분이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안창호평전>은 그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적어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게 한다. 이 책을 모두 읽고 나서 더욱더 도산선생님에 대해서 알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 느낀 것은 독립투사로서 도산이 아니라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의 도산이다. 독립운동가 중에 결혼한 사람도 있다. 물론 독신으로 독립운동하는 것이 마음이 편할 수 있겠지만 20세기 초반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지금과 달리 결혼은 필수라는 생각이 지배적일 때라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결혼은 했다. 도산선생님도 마찬가지로 결혼을 하고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도산선생님도 아들걱정이 있었다. 예를 들어, 미국생활을 하는 아들에 대해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필립이가 장사를 못하고 남에게 고용하는 바에 할 수 있으면 그곳 포드자동차 회사에 상당한 잡을 얻어서 일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라고 썼다. 지극히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이다. 이런 면에서 인간 도산에 대해서 공감하게 되었다.


선생님께서 그저 평범한 아버지로만 남았다면 도산이라는 이름은 후손인 우리에게 남져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비범하게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서 활동을 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흥사단이다. 선생님께서 열심히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지쳐갔다. 과연 이렇게 힘들게 독립을 위해 투쟁을 한다고 해서 과연 독립이 될지 회의감이 높아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선생께서 흥사단을 결성하고 힘을 쓰는데 있어서 비관적인 목소리가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그에 대해서 소크라테스적인 문답법으로 그의 움직임의 중요성을 설파한다(293).


: 어떻게 힘을 쓰는 것이 우리에게 독립의 영광의 날이 오게 하는 길이 되겠소?

: 흥사단을 힘있게 하는 일이오.

: 그까짓 흥사단, 1개 작은 단체에 국가 흥망의 운명이 달릴 수 있겠소. 게다가 흥사단은 정치 단체도 아니요, 독립 운동하는 혁명 단체도 아니고 아직 100명 내외의 단우를 가진 수양단체에 불과하거늘, 이 흥사단이 그처럼 우리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겠소?

: 글쎄요. 그렇게도 생각이 됩니다만 그래도 그 길 밖에는 다른 길이 없는 것 같아요. 역시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완전한 국민이 되도록 수양하면서 그 사람들이 굳게 단결하여서 전 국민을 다 건전한 국민이 되도록 힘쓰는 길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중략)...

: 흥사단은 정치 단체가 아니요, 일개 수양단체인데, 일개 수양단체 따위가 아무리 크기로 어ᄄᅠᇂ게 광복 사업을 성취하고 또 옳은 정치를 할 수가 있겠소?

: 수양한 건전한 인격자가 많이 생기면 그들이 정치가도 되고 교육가도 되고 실업가도 되어서 건전한 국가를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건전한 국민이 많은 나라에서는 부정한 개인이나 당파가 쓰일 일이 없을 것이니, 국민을 건전히 하는 것이 국가를 건전케하는 기초라고 믿습니다.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파가 있었다. 도산 선생님은 그 중에서 교육을 중점을 둔 독립투사셨다. 우리 국민이 수준이 있으면(당연히 정치인 포함) 이렇게 일본에게 나라도 빼앗시지도 않았을 것이며 빼앗긴 나라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물론 급진 무장파에서는 선생님을 못마땅하게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양한 부류의 독립운동가들은 각각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다고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그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 작지만 시작을 하고 동력을 얻어서 점차 사람들을 변화시키면서 궁극적으로 나라의 탄탄한 토대가 된다는 점에 크게 동의한다. 처음부터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영향력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도산선생님께서 뿌린 작은 씨앗이 자라서 일본이 패퇴한 후에도 일본에 복속되어 있지않고 우리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어떠한지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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