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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명저 <이방인>을 아주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거의 17년 만에 읽었는데 너무 화창해서 살인을 했다는 것 이외에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처음 읽는 느낌이었다. 역시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더니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17년 전에 읽은 후에 어떠한 감정인지도 잊어버렸다. 이번에 읽고 또 잊어버리기 전에 메모를 조금 해두어야 겠다.
기본적으로 <이방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주인공인 뫼르소(Meursault)가 아랍인을 총으로 쏴죽이기까지가 1부이고 2부는 체포된 후에 사형선고를 받을 때까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나는 이번에 <이방인>을 읽을 때 두가지 점에 관심을 기울였다. 하나는 어머니의 죽음을 대하는 뫼르소의 반응이고 다른 하나는 사이코 패스가 된 뫼르소의 모습이다.
<이방인>은 뫼르소가 어머니의 부고를 듣는 것부터 시작된다. 특이한 점은 뫼르소가 모친의 사망 소식을 듣고도 지극히 반응이 없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나는 부모님의 사망을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것이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어쩌면 너무 나도 슬픈 일이기 때문에 사망이라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거쳐야할 과정을 일부로 나는 생각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의 나의 모습도 상상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방인>을 보면서 어쩌면 이렇게 평상심을 가지고 소식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다.
<이방인>에서는 뫼르소와 어머니와의 관계가 자세하게 나와있지는 않다. 그래서 섣불리 그의 감정상태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한가지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면 그는 현실을 아예 외면해버린 것이 아닌가싶다.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것을 너무도 받아들이기 싶지 않아서 현실을 회피해버리고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지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갑자기 이점이 부각되어서 다가왔는데 갑자기 부모님과의 시간을 많이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 번째로 인상깊게 다가온 점은 뫼르소가 싸이코 패스라는 점이다. 1942년에는 싸이코패스라는 개념이 제대로 발달되어 있지 않아서 뫼르소가 싸이코 패스라고 말하기 어려웠겠지만 그는 싸이코 패스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 결정적으로 남의 아픔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기껏” 따가운 햇살 때문에 방아쇠를 당겼으니 말이다. 그리고 쓰러진 사람에게 4발을 더 쏴서 확인사살까지 했다. 과연 뫼르소가 살인이라는 행동을 꼭 해야했느냐는 둘째치고 그의 살인 후의 감정상태는 더욱 가관이다. 살해당한 사람에 대한 연민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이미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처연히 관조하는 태도를 취한다. 굳이 그에게 줄 수 있는 변명거리로는 아마도 어머니의 죽음에 의하여 크게 정신상태가 나간 것이라고 본다. 어쩌면 그래서 삶의 의미를 잃고 사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고 살인을 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살인을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자살을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도무지 평범한 사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이 행동과 생각은 나를 불편하게 했다. 물론 어떠한 생각을 하든 행동을 하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다. 하지만 그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극단적인 모습으로 침해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사는 것이 힘들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나는 사는 것이 힘들다는 점에서는 크게 동의한다. 불교에서 생즉고(生卽苦)라는 말이 있다고 하듯이 사는 것은 어쩌면 고통의 연속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점점 그 강도가 더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많은 사람들이 도피의 안식처를 찾기도 한다. 예를 들어, 꽤 많은 남자들이 경우에는 게임을 선택하기도 한다. 나는 이 게임이 상당히 순기능을 한다고 하는데 현실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좌절되지만 게임에서는 여러 가지로 다른 성취감을 느끼고 보람을 느끼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남에게 폐를 끼치지도 않고 현실세계의 근심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도이기 때문이다. <이방인>을 읽다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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