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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는 우리나라 만화의 고전이 되어가고 있다. 학습만화의 장을 활짝 연 이 시리즈는 30년 넘게 다양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원복 교수의 만화는 하나의 스타일이 되었는데 내용에 집중할 수 있게 최적화되어 있다. 먼나라 이웃나라의 독자라면 내용은 다르지만 형식이 같기 때문에 오스만제국이라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친숙하지 않은 내용도 어렵지 않게 다가 올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흥미진진하게 읽었지만 내용을 다 이해한 것은 아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내가 오스만 제국이나 터키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오스만 제국이나 터키에 대해서 잘 모를 까 생각을 해보았는데 제대로 이에 대해서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사를 빼고서는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중학교, 고등학교 때 배우는 세계사가 전부일 것이다. 그런데 오스만 제국에 대해서는 별로 가르치지 않는 것 같다. 저자는 이에 대한 이유 중 하나가 서양중심의 역사시각이라고 보았다. 나도 크게 동의 하는데 그동안 내가 배운 세계사는 주로 중국이거나 유럽의 역사인 것 같다. 물론 중국이나 유럽의 역사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 외 나라의 역사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오스만 제국 정도되는 중량감이 있는 존재는 좀 더 부각되어서 교육되어야 된다고 본다. 나는 터키의 선조가 괵튀르크(튀르크의 나라-그리고 한자로는 돌궐)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단순 오랑케라고 생각했던 돌궐족이 터키의 시조라는 사실에 내가 그동안 참 무지했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역사를 배우면서 느끼는 것은 어쩌면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가 위대하면서도 잠시 지구별에서 지내는 여행자라는 생각이다. 지금 터키의 시작점을 552년으로 보고 있다. 지구의 역사가 45억년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터키의 역사는 1500년으로 굉장히 짧다. 그런데 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역사 속에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또한 사람이 길어봐야 100년 정도 살기 마련인데, 어느 역사가 되었든 잠시 살아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것을 보면 지구별에 잠시 머물다가 가는 한 인간으로 좀더 너그러워지면서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또한 역사를 배우다보면 인생이라는 것이 꼭 마음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오스만 제국의 최전성기는 쉴레이만 1세 술탄(Suleiman the magnificent)이라고 한다. 그가 재임하던 마지막해인 1566년에는 오스만 제국은 지금의 터키는 물론이거니와, 북아프리카, 이집트, 헝가리, 그리스 전역 등 광활한 영토 다스리게 된다. 그는 쉴레이만 법접을 만들어 다민족, 다문화, 다언어의 제국을 체계적으로 통치하는 기틀을 확립한다. 이러한 기반위에 경제도 부흥하고 문화도 창달하게 된다. 그가 이렇게 키운 제국도 그가 죽자 점차 쇠약해진다. 그가 의도한 바는 절대 아니었을 것이다. 그의 자손이 그의 마음처럼 영민하지 못한 것을 어떻게 그가 계획할 수 있으랴. 이런 것을 보면 자녀교육의 걱정인 부모들이 어떻게 하든 간에 의도한 바가 잘 이루지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정말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허약해지지만 그래도 오스만 제국는 꽤 오래 지속된다. 하지만 세계1차대전때 치명상을 입게 되고 1923년 멸망하게 된다. 이로서 600년 넘는 제국은 막을 내리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터키공화국이 탄생하게 된다. 터키공화국의 초대대통령은 무스타파 케말인데 케말주의(Kemalism)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확실한 노선이 있는 사람이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600년 넘게 지냈던 오스만의 관습과 법을 바꾸는 것이었다. 특히 세속주의를 택한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탠데 그는 일단 강행한다. 이러한 강행이 가능한 것은 그가 독재적인 힘을 가졌기 때문인데 공화국에서 이러한 힘을 가진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세웠던 기조는 현재 에르도안 같은 이슬람주의가 득세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터키가 어떻게 변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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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피오리나는 루슨트 테크놀로지와 휴렛-팩커드를 거친 미국의 대표 경영인 중 한명이었다. 2016년에 공화당 대선주자로도 얼굴을 알리면 정치인으로 면모를 보인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 부분은 다루지 않고(2006년에 출간됨) 그가 경영인으로 은퇴하기까지 있었던 일을 적어놓은 것이다.
이 책은 세종대왕, 간디, 마틴루터킹, 링컨 같은 대단한 역사적 위인급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평사원부터 시작해서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오른 어느 회사원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회사에서 일을 해보면 알겠지만 최고경영자는 물론이거니와 임원이 되는 것조차도 너무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초인적인 사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정말 대단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게다가 칼리 피오리나가 입사했을 때부터 승진하고 이직하는 면을 가감없이 소개를 했는데 말처럼 순탄치 않았다. 동료랑 싸운일부터 시작해서 꽤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는 그 자리에 맡는 어려운 고민들로 눈시울을 붉힌 일들이 꽤 소상하게 나와있다. 물론 이러한 갈등들과 고민들이 전인류애적인 영감을 줄 정도의 사건은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어서 더 공감이 간다. 예를 들어, 윤봉길 의사님 평전을 읽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쉽지만 당장의 현실에서 공감이 가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가 많은 기업 경영인과 달리 주목을 받는 이유는 역시 여자이기 때문인 점도 있다. 우리나라 보다 양성평등에 있어서 앞서갔다고 하는 미국에서도 여성은 아직은 상대적으로 약자인 것은 사실이다. 물론 그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것을 너무 부각시키지 않고 한 인간으로 일하는 면을 봐주기를 원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기업경영인으로 비교적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졌던 것은 개인의 영달에도 도움되었겠지만 여성 기업인 전반에도 도움이 되었다. 이유가 어떻게 되었든 일단 현재 여성경영자의 수가 적다. 이렇다보니 사람들에게는 은연중에 여성은 기업경영에 부적합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칼리 피오리나같은 사람들이 등장해서 적어도 기업을 망치지만 않는다면 성별에 따라서 색안경을 끼는 경향일 줄어들 것이다. 또한 여성이 경력단절이 일어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아마도 남성중심적인 문화가 있을 수 있다. 책에서도 간간이 이러한 사례가 나온다. 예를 들어, 이사회 구성원이 모두 남자인 경우라든 지 하면 아무래도 여성 혼자가 가면 위축될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해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사람이 여자인데 남자가 혼자가서 일을 하면 대단히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정진해서 경영자 자리까지 오른 것을 보면 아마도 후배 여성들도 영감을 받고 앞으로 전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의도를 했든 하지 않았든 그가 열심히 살았던 모습은 여성기업인에게 감화를 주고 크게는 사회 전반적에 내재되어 있는 여성에 대한 시선에도 조금은 변화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양성평등이 실현된다면 이런 것을 의식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 되겠다.
한국인으로 이 책을 보다가 흥미롭게 보았던 지점은 칼리 피오리나가 AT&T 업무리더로 우리나라 재벌인 LG에 협상을 하러 한국에 온 부분이다. 1990년대 초반에 오게 되는데 그 당시 우리나라 여성근로자의 위치는 지금과 달리 더 낮았던 것 같다. 일단 인솔단장이 여자라는 점에 대단히 놀랬고, 칼리 피오리나는 여성이 엘리베이터 운용이나 비서밖에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점은 우리도 많이 변한 것 같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특유의 술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뭔가 술이 취해야 친해지고 협상도 잘 되는 문화를 이야기했는데 이 점은 많이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제3자의 눈으로 우리의 과거를 보는 재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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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윤봉길이라는 이름 석자는 안다. 하지만 우리가 윤봉길 의사에 대해서는 홍커우 공원에서 도시락 폭탄을 던진 것 외에는 많은 것을 알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윤의사님께서 짧은 인생을 불꽃같이 살아간 것은 사실이지만 폭탄의거를 제외하고도 나라를 위해 다양한 일을 하셨다. 그리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의거 전에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거사를 치러내실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른다. <매헌 윤봉길>은 윤봉길 의사가 걸어온 길을 담담히 적어놓았는데 그의 발자취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영감을 준다.
윤의사님께서 24세에 돌아가시기 때문에 아무리 그 당시 평균나이를 생각한다고 하지만 상해에서의 거사만 하셨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그가 거사를 치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일단 중국으로 망명하기 전에는 고향에서 농촌운동을 한다. 매헌은 농촌에서 야학 활동을 하는데 교육을 위해서 <농민독본>을 직접 집필한다. 그 책을 기초로 우리나라 농민을 일깨우려는 노력을 한다. 사실 나는 이 부분을 전혀 알지 못했는데 아마도 폭탄의거라는 큰 사건에 매헌이라고 하면 공격적인 독립운동을 한 분으로만 알았던 것이다.
또한 우리는 윤의사님이 도시락 폭탄을 냅다 던진줄로만 알 수도 있다. 그런데 그 폭탄을 던지지까지는 극강의 인고의 시간이 있었다. 물론 의거를 자체적으로 일으킬 수도 있겠지만 윤의사님은 단계를 밟아서 임무를 맡았다. 우선 중국으로 망명하고 독립운동의 중심이었던 김구선생님을 찾아가게 된다. 그런데 임시정부 입장에서 윤의사님같은 의기로운 젊은이가 모여드는 것은 좋지만 확실한 실력와 타이밍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다. 윤의사님은 어떻게든 일본정부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 빨리 무언 가를 하고 싶어했는데 지도부에서는 일단 적당한 때를 기다려보자고 한다. 나라를 빼앗긴 아픔에 시달리던 윤의사님은 괴로웠지만 분기를 다스리면서 자신의 때를 기다린다. 그리고 기다린 끝에 때는 찾아왔고 오랜 기다림이 떨릴 수도 있었겠지만 담담하게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윤의사님은 때를 보내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 중 하나는 아마도 고국에 있는 가족때문일 것이다. 사나이로 조국을 위해 큰 일을 하겠다고 가족을 떠나 중국으로 왔는데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 뜻을 접지 않았다. 그리고 거사를 성공했을 때에는 가족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이 뻔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25세였던 그에게는 두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남긴다. “너희도 만일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반드시 반드시 조선을 위해 용감한 투사가 되어라. 태극의 깃발을 높이 드날리고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한 잔 술을 부어 놓으라...”윤의사님 아들은 아버지를 보지 못한 한이 있겠지만 아버지께서 남긴 업적을 생각하면 그 어느 집안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자긍심이 될 것이다.
그의 고결한 위엄은 그가 죽을 때까지 이어진다. 그가 죽기 전에 “아직은 우리가 힘이 약해 외세의 지배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세계의 대세에 의해 나라의 독립은 머지않아 꼭 실현되리라 믿어 마지 않으면, 대한남아로서 할 일을 하고 미련 없이 떠나가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정말 남자다운 풍모이다. 힘없는 여자들을 성폭행하는 거지같은 남자의 반대의 모습같다. 진짜 사나이가 윤봉길이다.
그가 거사를 치르고 이 세상을 뜬 것이 1932년이다. 벌써 90년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우리가 지금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에는 윤의사님같은 분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우리는 의사님 같은 분들게 빚을 지고 있다. 우리가 그 빚을 갚는 방법은 독립적으로 더 잘 사는 수 밖에 없다. 만약에 또다시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다면 윤의사님은 테러리스트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우리땅에서 우리 마음대로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국력을 길러 그의 이름이 더렵혀지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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