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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이미 익숙하게도 들었으나 이제야 제인에어(Jane Eyre)를 읽었다. 나는 이 제인에어를 읽고 이것이 어떻게 “초등학교 고학년”을 위한 필독서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혹은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을 너무 미성숙하게 보던지 아니면 제인 에어의 내용이 너무 파격적이라서 크게 놀라고 말았다.
제인에어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줄이면 다음과 같다. 제인 에어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외삼촌에게 자라다가 그 외삼촌도 죽고 다른 친척들에게 엄청나게 구박받으며 살다가 고아학교에 보내져서 양육되는 데 그 고아학교도 굉장히 억압적인 분위기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히 성장한 제인에어는 손필드에 가서 가정교사를 일하는 데 그곳의 주인인 로체스터와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래서 로체스터랑 결혼하려고 하는데 로체스터에게 이미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충격을 받은 제인에어는 손필드를 떠나고 여차저차해서 선교사랑 사랑을 나누는데 선교사가 청혼하는데 거절하고 로체스터에게 돌아간다. 돌아갔을 때 손필드는 로체스터의 광인인 아내가 불을 내고 자살해서 로체스터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이를 극복하고 그와 잘되는 것으로 소설을 끝이 난다. 이 내용만 보면 지금 나오는 웬만한 막장 드라마 뺨치는 시놉시스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소설을 읽고 초등학생에게 사랑의 아픔과 기쁨을 느껴보라는데 내 딸에게 제인에어를 초등학교때 보여줄 용기가 전혀 없다. 특히 중간부분에 저택에 나오는 미친 웃음소리를 내는 여자가 로체스터의 아내인 것은 정말 깜짝 놀랐다. 지금 읽어도 꽤나 반전포인트인데 그 당시에는 상당한 충격있을 수도 있겠다. 미쳤던 로체스터의 아내가 나중에 방화하고 자살하는 것도 꽤 충격이었다. 더 충격인 것은 제인에어가 로체스터에게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물론 자기의 인생을 자기가 선택하고 살지만 조금 아쉬웠다. 이러한 파격적인 전개를 보면 근래 나오는 드라마의 전개도 꽤나 이해가 되었다.
1800년대 중순 소설답게 그 당시의 배경도 많이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 그 때나 지금이나 많이 변하지 않은 것은 고아의 어려운 처지이다. 부모님이 없는 아이들은 운이 좋은 경우에는 친척에게 맡겨지거나 좋은 곳에 입양을 가게 된다. 하지만 평범한 경우에는 시설에 맡겨진다. 시설의 환경이 좋으면 좋겠지만 어려서부터 군대같은 단체생활을 하게 되면서 삭막하게 살아간다. 현재 우리는 저출산 시대에 돌입했다. 하지만 버려지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로 있다. 조금은 갑작스럽기는 하지만 <제인에어>를 읽으면서 현재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되고 어떻게 키워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제인에어>를 읽으면서 몇 번 빵터지게 웃었던 포인트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번역때문이었다. 내가 본 책은 강선영씨가 번역했는데 아주 자연스럽게 번역해서 읽는 내내 불편함이 없었다. 그런데 가끔 초월번역을 해서 나를 웃음짓게 하였다. 예를 들어, “넌 공자님 딸이니? 아니면 맹자님 조카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니?”라는 부분에 아주 많이 웃었다. 원전에 공자님이니 맹자님같은 이름이 나올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원래 어떻게 말을 했길래 공자님이니 맹자님같은 이야기가 나왔는지 궁금하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번역은 제2의 창작으로서 외국서적을 읽을 때 매우 중요하다. 번역하는 사람이 어떠한 단어를 어떻게 쓰냐에 따라서 내용의 질감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자님과 맹자님이라는 단어를 쓰는 순간 화자가 무슨 말을 쓰려는지 가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러한 초월번역은 나름대로 위험한 면도 있다. 자칫 잘못하면 아예 뜻을 바꾸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번역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잘된 번역과 그렇지 못한 번역이 있다. 제대로 번역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두 언어에만 정통한 것이 아니라 두 사회의 배경에 대해서도 정통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인에어가 잘 이해된 것은 번역가 덕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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