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속의 작은 유럽 칭다오>

Book 2019. 7. 8. 02:33

시중에는 많은 여행기가 있다. 같은 여행지라도 간 사람마다 다른 식의 여행기를 쓴다. 그것이 여행기의 참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유명 여행지에 대한 수많은 여행기가 있더라도 또다른 여행기가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여행기는 지극히 사적이기 때문에 정답이 없다. 그것이 여행기의 치명적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작은 유럽 칭다오>가 특별했던 것은 칭다오 때문이 아니라(이미 칭다오에 대한 여러 권의 책이 출판되어있다) 글쓴이 때문이었다. 아버지와 두 명의 아이가 같이 쓴 것이다(오히려 특이하게 어머니는 글쓰기에 참여하지 않았다). 우선 아버지가 큰 틀에서 들을 써나가고 아이 2명이 덧붙이는 스타일이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에 불과하기 때문에 내용이 매우 진솔하다. 초등학생이 쓴 것 같은 글로서 짧고 느낌위주로 썼다. 그렇다고 지적할 것은 아니다. 초등학생으로서 자기가 느낀 점을 쓴 것이기 때문이다. 여행기를 쓰고 그것을 책으로 엮는다고 하면 엄청난 퀄리티의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릴 수도 있다. 엄청난 글을 써야한다는 강박관념이야 말로 글을 멀리하게 하는 가장 큰 추동력이 될 수 있다. 물론 오히려 글을 쓴 초등학생 당사자가 훗날 성인이 되었을 때 부끄러워할 수도 있겠다. 혹은 어렸을 적에 썼던 글을 보면서 회상에 잠길 수도 있겠다. 그 반응이 무엇이 되었던 간에 자신의 감정을 글로서 담아낸 것은 가치있는 일이다.

<중국의 작은 유럽 칭다오>4명의 가족이 칭다오에 7일간 있었던 일을 쓴 것이다. 이 책은 시중에 나와있는 가이드북이 아니다. 그러기 때문에 이 여행기를 보고 장소에 대한 정보를 얻는 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최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칭다오를 책을 통해서 알아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최근에 칭다오에 다녀온 블로그를 통해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이 책은 특히 정보제공으로서의 기능은 취약하다. 예를 들어, 이 책은 2014년에 출간되었는데 롯데마트에 간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롯데마트는 사드문제로 인하여 폐쇄되고 지금은 없다. 게다가 칭다오의 여러군데를 들렀지만 관광 포인트를 많이 놓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읽을 만하다. 1주일간 칭다오에 갔었던 이야기를 가감없이 썼는데, 일반인으로서 여행가는 것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포인트가 많다. 예를 들어, 택시에서 담배냄새가 난다든지 혹은 생각보다 훨씬 세련되었다든지 하는 느낌은 칭다오가 간 한국인이라면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분량이 길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30분 정도 집중하면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내용이 어렵지도 않고 사진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가독성도 좋다. 그 사진도 매우 인간적이다. 근래 카메라 질이 워낙 좋아지고 사진찍는 기술도 일반인들도 상당히 늘었기 때문에 작가같은 느낌이 들게 찍게 하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는 정말 평범하게 찍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더 정감이 갔다.

저자가 무슨 생각으로 처음 여행기를 쓰기 시작한지는 모르겠다. 이 칭다오 여행기 책은 첫 여행기책이 아니다. 이미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한 적이 있다. 나 역시, 이러한 작업에 대한 로망이 있다. 특히 아내와 같이 했던 시간을 글과 찍었던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책이 많이 팔리면 그것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좋다. 글을 쓰다보면 아무래도 독자에게 생각과 생활을 들키는 느낌이 당연히 드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게 되면 그 또한 스트레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당한 수의 사람과 우리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처음 시작하는 용기도 중요하고, 글을 어느 정도 쓰는 노력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지난 날을 정리하고 추억할 수 있는 저작물을 쓴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아주 소중한 과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쩌면 여행기의 참의미가 아닐 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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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

Book 2016. 12. 22. 23:04



논문심사를 마치고 오랫 만에 본가에 와서 아버지께서 읽으신 하루키의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을 보았다. 별 기대 없이 보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여러 재미지고 유익한 글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인간을 피곤하게 만드는 온갖 것들을 자연스럽게 묵묵히 받아들여가는 단계야말로, 여행의 본질일 것이다...(중략)...나는 왜 피곤을 찾아서 일부러 멕시코까지 다녀와야만 했던가? 왜냐하면 그런 피곤은 멕시코에서밖에 얻어낼 수 없는 종류의 피곤이기 때문....(90)”

 

이 부분이 너무나도 와 닿았다. 그렇다. 언제나 늘 그렇듯 우리는 여행을 동경하지만, 실상 새로움을 접함의 기쁨은 잠시일 뿐이다. 그리고 노곤함에 빠져들고는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그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피곤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 피곤함이 여행을 기억케 만드는 것이다.

 

이 외에 노몬한 여행기도 흥미롭게 읽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역시 중국에 대한 평가 때문이다. 이런 저런 중국에 대한 이야기하는 데, 한국인인 독자인 나는 아주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만약에 내가 중국인이였다면 화가 났을 수도 있겠다. 또한 중국에서 일본인이 벌인 전쟁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는데, 확실히 일본인인 작가가 써서 그런지 온도차가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만약에 중국인 작가가 혹은 우리나라 작가가 같은 곳을 가서 썼다면 다른 감상평이 나왔을 것이다. 이런 저런 면에서 국가라든지 사회라든지 그리고 개인의 차이에 따라서 같은 세계도 다르게 조망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은 제목이다. 도대체 원제가 변경(邊境)과 근경(近境)”인데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로 바꾸었는지 모르겠다. 한국제목만 보면 글쓰기 강좌같은 책인데 내용은 그저 하루키의 여행기이다. 하루키는 이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원제가 주는 깊은 풍미는 사라지고 싸구려 느낌만 남았을 뿐이다. 다행히 제목의 첫인상과는 내용이 튼실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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