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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 이유는 살면서 여러 고민이 생길 때면 역사책을 보면서 나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라는 위안을 받기 때문이다. <신화가 된 천재들>이라는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기라성 같은 문인들에 대한 이야기 이다. 저자가 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문인의 작품에 많은 비중을 두고 이야기를 서술했지만 나같이 문학에 문외한은 오히려 각 작가들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되었다.
그의 호, 해운(해운대의 해운)으로 유명한 최치원의 삶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최치원은 800년대 중후반 신라사람으로서 당나라에 가서 무려 17년을 산다. 지금도 해외에서 17년을 살다는 것은 상당한 시간을 의미하는데 신라시대에 당나라에서 17년을 산 최치원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금이야 해외에 있어서 어렵지 않게 국내 돌아가는 소식을 들을 수도 있고, 방송도 볼 수 있었어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 있지 않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최치원 선생께서 당나라에 간 시절에는 고국에 왔다갔다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는 데다가 소식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12살의 나이로 유학을 떠난 것이다. 물론 그 당시 12세는 평균수명이 지금에 비하면 매우 짧으므로 지금 어린이 취급을 받는 12세와는 다른 사회적인 위치를 점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톡도 없는 시절에 초등학교 나이에 중국으로 넘어가서 학문을 정진하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최치원선생님은 여러 시를 통해 자신의 어려움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워낙 오래전 사람이기 때문에 많은 사료가 남아있지 않아 그의 행적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당나라에서 신라로 돌아온 이후에도 그렇게 행복하고 잘 나가는 삶을 산 것 같지는 않다. 28살 최치원은 신라로 돌아와서 높은 자리에 오르기도 하지만 지방을 전전하면서 공무원 생활을 한 것 같다. 일단 최치원이 진골이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고, 글문장 실력과 정치능력은 달라서 그럴 수도 있다. 또한 중앙정부의 일을 좋아하지 않아서 일 수도 있고, 지방정부의 일을 더 좋아해서 럴 수도 있다. 추측해보면서 능력이 출중하다고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도 아니고, 마냥 행복한 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최치원 선생이야기 외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책에는 17명의 문인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모르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최치원, 김시습, 허균, 황진이, 김만중, 이규보, 정약용, 박지원은 그 분들의 저작을 읽지못했어도 존함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임제, 권필, 소세양, 유희경, 임춘, 신광한, 정사룡, 이언적, 이옥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처음 들어본 이름의 이 분들도 걸출한 문장을 선보인 사람들이었고 자신의 인생을 독자적으로 살아갔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이 사람들도 후세에 같은 땅에 살고 있는 평범한 나에게 조차 이름조차 모를 정도라면, 인생사는 것 자기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를 살아가는 나도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지만 몇 백년 후에는 기억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죄송한 일이지만 생각해보면 나 역시 고조할아버지 이상의 나의 조상님께서 무엇을 하셨는지는 물론이거니와 존함조차 모른다. 상황이 이럴 진데, 너무 얽매이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허망함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걸어볼 만한 것은 글의 힘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원작자가 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나 역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적어도 내가 쓰는 논문들은 어떻게든 남을 것이다. 추후에 시간이 오래 지난 후에도 그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고 이런 사람도 그 당시에 존재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겠다. 그것이 글을 쓰는 여러 가지 목적 중 하나일 것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 않았는가. 글은 이름을 남기기 아주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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