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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우리나라 역사는 격동 그 자체였다. 물론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국사람으로서 우리나라의 20세기의 역사를 보자면 드라마가 따로 없었다. 조선의 망국부터 시작해서 식민시대, 6.25 전쟁, 독재, 경제발전, 민주화를 위한 투쟁까지 그 어느 해 하나 쉬운 해가 없었다. 물론 이렇게 큰 맥락을 잡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중간의 세세한 부분을 채워넣는 것도 중요하다. <논쟁으로 본 한국사회 100년>은 역사교과서에는 다루어지지 않거나 간단히 다루어졌지만 상당히 중요했던 첨예하게 대립한 문제를 60여건의 주제로 잡아 썼다. 내가 80년대 생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이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고 아니면 내가 어렸을 때 일어난일이기에 잘몰랐던 부분이 많았다.
내가 전혀 몰랐지만 중요하고도 흥미롭게 읽었던 사건은 “한글간소화 파동”이었다.1950년대 초반에 있었던 한글간소화 파동의 중심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있었다. 1949년 한글날 담화에서 이승만은 당시 한글 표기방식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였다. 이유는 이승만은 오랜 시간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그가 익숙한 한글 표기방법은 구한말 때 한글 표기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광복 후에 쓰이던 표기법은 1933년 제정된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의거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 지금쓰는 한글은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한글과는 용법이 꽤나 다르다. 한글이 1446년에 반포된 후에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쓰는 방법이 바뀌어 왔다. 물론 나같은 경우에 직접 목도한 변화는 “~~읍니다.”에서 “~~습니다”로 변화한 것 뿐이지만 알게 모르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승만이 미국에 가있는동안 한글은 또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이승만은 한글 표기를 간호화하려고 했으나(예를 들어 ‘있었다’를 ‘잇엇다’로 바꾸거나 ‘앉았다’를 ‘안잣다’로 바꾸는 식임), 교육계, 문화계, 언론계 등의 반발로 인하여 끝내 그의 뜻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때는 광복한지 불과 5년 밖에 안되었던 해였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한글을 쓴지 오래되지 않은 데다가 문맹률도 높았었다. 만약에 이승만의 뜻대로 한글이 간소화되었다면 지금 우리가 쓰는 언어는 또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알고는 있었지만 또 읽으면서 가슴이 아팠던 부분은 “한국전쟁기 도강파와 잔류파”이야기였다. 6.25 전쟁 후 북한군이 빠르게 서울로 진주하면서 제대로 피난가지 못한 사람들은 서울에 남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그 당시 한강철교가 폭파되면서 강을 건너지 못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있어야 했다. 그런데 9월 28일 서울이 수복된 이후 다시 국군이 들어온 후에 피난을 가지 못했던 사람들은 인민군에게 부역한 사람으로 치부되어 죽음을 비롯한 갖은 고초를 당하였다. 20세기 우리의 역사의 비극의 3중주는 첫째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것이고 둘째가 남과 북이 전쟁을 한 것이고 셋째가 군사독재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 어느 것 하나 슬프지 않은 일이 없지만 같은 동족이 죽이는 전쟁은 정말 슬픈 일이라고 하겠다. 그것도 광복이 있은 후 불과 5년 후에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원래도 체제 변경으로 인하여 혼란스러웠는데 전쟁으로 인하여 그 혼란은 극에 달하였다.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 네편 내편을 가르면서 상대편을 몰살하려는 살기넘치는 시대상은 형언할 수 없는 끔찍함이었다.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3년이 넘는 시간 이 한반도 땅에 비극적인 죽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죽음은 단순한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극한의 적개심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지금 65년이 지금에도 분단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 외에도 이 책에서는 ‘대한제국 평가’, ‘만주동포의 국적문제와 정체성’, ‘국대안 파동’ ‘토지개혁과 농지개혁’, ‘한일회담 반대 파동’ ‘베트남 파병’ ‘한국적 민주주의와 유신체제’ 등 중요하게 곱씹을 일들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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