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나의 뮤즈>

Exhibition 2018. 10. 25. 02:49




미술에 대해 얄팍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미술관에 가게 되면 꼭 유명한 그림을 찾게 마련이다. 그동안 교과서나 대중매체에서 많이 접해왔던 작품을 보면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다. 그리고 그 친구(?)를 만나면 그 미술관에 온 목적을 달성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가끔 그 유명한 친구가 다른 미술관에 대여되어서 없다면 지불한 입장료가 아까운 기분도 든다. 하지만 어차피 아는 그림을 보러간다면 굳이 미술관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한다. 오랜 시간동안 나도 유명한 그림을 찾아 헤매다가 근래 들어서야 내가 알던 친구뿐만 아니라 새로운 그림을 만나고 반갑게 인사하기도 한다.


또한 진품에 대한 갈망이 크다. 똑같은 그림이라도 진품을 봐야 그 감동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놀랍게도 진품과 가품을 구분도 못하면서 진품만을 찾는다. 그러다보면 원래 그림을 느낄 때 그 자체로 감정을 교류해야 하는데, 머리로 이것은 진짜니까 더 가치가 있고 감정을 느껴야 한다고 스스로 강요한다. 그러다보면 느껴야 할 감정은 이미 다른 곳으로 사라진다. 그렇다면 본래 미술관에 온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다. 물론 미술관에 온 목적이 진품감정이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명화를 명화 그대로 보는 것도 감동적인 일이다. 하지만 명화의 영감을 받아서 재창조되는 예술도 그에 못지않은 감동을 주기도 한다. 예술의 전당의 한가람 미술관에 있었던 <그대, 나의 뮤즈>는 근대 명화들에서 영감을 받아 새롭게 예술을 탄생시켰다. 특이했던 점은 거의 대부분 작품을 전통적인 캔버스가 아닌 LED 디스플레이로 그림을 재탄생시켰다. 재탄생된 그림은 움직이기도 하고, 본 작품에는 보이지 않았던 부분도 상상력으로 더 그려 넣어져서 확장되었다.


이렇게 재창조한 작품에 대해서 이미 죽은 원작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충분히 현대화되어 재해석된 모습을 보고 아마도 좋아하지 않을까한다. 물론 전통적인 그림방식도 아직 유효하다. 하지만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는 미술은 또 다른 의미가 되었다. 만질 수 없는 그림이지만 그것이 사람의 감각기관에 들어와서 감동을 준다면 그것이 바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대, 나의 뮤즈>의 경우에는 누구나 알만한 명작으로 꾸며져 있다. 그런데 같은 형식으로 새로운 그림을 선보여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그림을 붓으로 그리기 보다는 컴퓨터를 통해서 그리고 상상력의 나래를 펴서 사람들의 감각의 지평을 넓힌다면 그것이 바로 하나의 진보가 아닐까 싶다.


또한 디지털 형태로 구현된 미술이 가지는 의의는 기존에 있었던 명화를 더 가깝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유명한 명화를 보면 왜 유명한지도 모르고 미술품과 같이 셀카를 찍고 저장해 두면서 흐믓해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고 나서 쇼셜미디어에 자랑을 하거나, 하드에 옮기고 잊고 산다.


젊은 층에게 가까운 디지털 미디어로 구현된 미술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나 역시 반 고흐의 작품들이 아주 큰 디스플레이로 전시되어 있는데, 마치 프랑스에 온 작은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반 고흐가 가졌을 법한 생각을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왜 그가 해바라기를 그 만의 그림체로 그렸는지, 아니면 밤의 별들을 그 만의 그림체로 그렸는지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은 METMOMA같은 곳에서는 쉽사리 느낄 수 없는 과정이었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혹은 더 달라진 전시회가 더 많아졌으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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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