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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은 내가 소속된 대대부대가 위치했던 곳이다. 내가 복무했던 미8군 304통신대대 본부는 하남시에 있는 Camp Colbern에 있었다. 내가 기억에 남게 처음 하남에 간 것은 2005년 4월이다. 캠프콜번에서 5일의 교육이 있은 후, 바로 집으로 외박했을 때, 하남시를 거쳐 집으로 왔던 것이다. 제대하기 전에 대대본부와 찰리중대가 의정부로 옮겼기에 콜번의 시대는 막이 내려 갈 일이 더 이상 없었다. 그 후 2번 정도 하남 시내를 들렸던 것 같고, 미국에서 돌아온 후에는 하남스타필드로 인하여 하남을 생각보다 자주가고 있다. 2013년 이후 오랜만에 하남 시내로 들어왔는데, 꽤 많이 변해있었다. 다행히 좋은 방향으로 말이다. 가장 놀란 것은 하남역사박물관의 건립이다.
하남문화재단이 운영하는 2014년에 개관한 하남역사박물관은 기본적으로 3층으로 되어있다. 3층부터 관람하는 것이 좋다. 3층이 선사실, 고대실, 그리고 고려실이 있다. 내려와서 2층에는 조선실과 근현대실이 있어서 시간순으로 볼 수 있다. 하남시는 1989년에 경기도 광주로부터 떨어져 나온 도시로 역사가 매우 짧다. 그래서 광주시와 내용이 많이 겹친다. 또한 아직도 광주시와 인접하고 가장 유명한 유산 중 하나인 남한산성을 광주과 성남과 나누어 겸하는 면이 있다. 이런 이유로 ‘하남시’자체의 역사를 보여주기 보다는 현재 하남시 영역에 있었던 역사를 보여준다. 물론 이를 보면 이 하남역사박물관의 존재이유에 대해서 궁금해 할 수도 있다. 그저 있는 유물 몇 점 올려놓고 아무 일도 안하는 준공무원을 생각할 수 있는데, 박물관은 그 보다 훨씬 많은 일은 한다.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하남시에 있었던 일들을 알 수 있게 하기도 하고 가장 중요하게 문화재 조사를 통해 우리 조상들의 과거를 밝히는 일을 하고 있다. 물론 국립중앙박물관보다 서울특별시 박물관보다 규모는 작고 예산도 적다. 그렇다고 하남역사박물관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하남시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유물을 발굴하고 보전하고 알리는 일을 하는 일은 하남역사박물관이 전세계 어느 박물관보다 잘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2층과 3층에 상설전시실이 있고 1층에 특별전시실이 있다. 2018년 9월 20일부터 11월 25일까지 요고(腰鼓) 특별전을 하고 있어서 볼 수 있었다. 요고를 나도 처음 들어보았는데 장구의 일종이다. 영어 단어로는 퍼커션(Percussion)이 되겠다. 이 악기를 하남 이성산성 저수지에서 발견하여 특별전을 연 것이다. 요고의 ‘腰’는 허리요다(군대에 있을 때 요대(腰帶)를 생각하면 된다). 나의 허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잘록한 모양의 타악기를 요고라고 부른 것이다. 박물관 설명서에 따르면 이 발굴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고구려 벽화에도 이 요고가 나왔다고 하는 데 실제로 출토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그 당시 음악을 저장할 매체도 없었고, 아마도 악보도 없었기 때문에 이 요고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일정부분 우리의 상상에 맡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땅을 살아간 오래 전 조상님들도 북을 치면서 여흥을 즐겼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회의적인 사람들은 이 작은 북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 하나 유물을 발굴하고 조사하면서 우리의 역사를 더 제대로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왕의 즉위시기같은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작아 보이지만 이것들이 쌓여서 우리의 지나온 발자취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 요고 외에도 고구려, 백제, 그리고 신라 때 음악과 관련된 여러 유물들을 전시해두었다. 예를 들어, 백제금동대향로 복제품을 가져다 두었다. 어떤 이는 이 복제품을 보고 실망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복제품의 퀄리티가 상당해서 복제품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진품이라고 생각할 정도이다. 그리고 복제품을 본다고 그것이 가지고 있는 내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내용의 구성상 음악에 관련된 여러 복제 유물품을 가져와 전시함으로서 내용의 통일성을 준다는 점에서 좋았다. 하남역사박물관이 앞으로도 좋은 기획전시를 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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