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지옥이다>

Cartoon 2019. 1. 14. 00:03


20183월부터 시작해서 20191월까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된 <타인은 지옥이다>는 중간마다 분량대한 독자들의 불만이 꽤 있었지만 상당히 임팩트 있는 작품이었다. 기본적으로 시골에서 상경한 윤종우라는 인물이 서울에 있는 고시원에 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고시원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에 주인공이 휘말리게 되는데 언뜻보면 무슨 저런 일이 있을까?”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작품을 보다보면 실제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서울에는 수많은 아파트들이 있다. 그런데 그에 못지않게 수많은 고시원들이 있다. 물론 아파트에 산다고 모두가 잘 사는 것은 아니고, 행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대개는 아파트라고 하면 적어도 어느 정도 인간이 살 수 있는 평수과 시설이 구비된 경우가 많다. 그와 반대로 고시원은 몸만 누울 수 있는 공간, 방음이 별로 안되는 벽, 더러운 공동화장실, 때로는 아예 창문이 없어서 도무지 낮인지 밤인지 구분할 수 없기도 하다. 이런 곳에 사람들이 사는 이유는 딱 하나이다. 돈이 없어서 이다. 가난하지 않다면 그 누구도 이보다 좋은 시설을 두고 감옥만도 못한 시설에 들어와 몸을 기거하지 않을 것이다. 텔레비전, SNS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를 보면 사람들이 다들 잘 사는 것 같지만 오히려 고시원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면을 <타인은 지옥이다>에서는 너무나 현실적으로 잘 그려냈다.


조금 성격이 있기는 하지만 나름 건강한 품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주인공은 고시원 생활이 시작되면서 점점 변해간다. 아무리 멀쩡한 사람이라도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을 몰아놓은 고시원같은 공간에서는 점차 각박해질 수밖에 없다. 매체를 통해서 여러 사건사고를 보면 혹시 사건을 일으킨 범죄자가 고시원같은 생활을 통해서 괴물로 변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암사동에서 흉기를 휘두르고 난동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는데,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으나, 혹시 <타인은 지옥이다>와 같은 상황에서 그렇게 극단적인 이상행동을 취한 것이 아닌지 의심해보게 되었다. 주인공은 돈을 벌어보겠다는 부푼 꿈을 앉고 아는 선배네 회사에서 일한다. 그런데 고시원에 있는 왕눈이, 주인집 아주머니 같은 이상한 사람들로 인해 마음이 녹초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녹초가 된 마음은 병이 들고, 회사에서 직장동료이자 선배인 병민씨를 때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고시원 외에는 갈 곳이 없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꼭 젊은층이 아니더라도, 처한 상황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주인공처럼 병들어갈 것이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제목만큼이나 자극적인 주제를 다루었다. 고시원에서는 몇몇의 사람이 죽어나갔고 점차 살인의 공포가 주인공을 조여 온다. 이 서스펜스가 작가의 특유의 음울한 그림체와 어울려 집중도를 높였다. 작가의 그림을 잘 그린다라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렸다. 특히 기괴하게 똥그란 눈을 가진 주인집 아주머니와 왕눈이로 불리는 살인의 핵심인물을 사람을 오싹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큰 눈을 가지기를 원하는데 그런 눈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한다. 비현실적으로 똥그란 눈이 주는 공포는 상당했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드라마로 제작될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인기도 있었고 시의성도 큰 작품이다. 어떻게 드라마로 만들어질지 궁금하다. 관건은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살기(殺氣)일 것이다. 생전 처음 만난 사람들이 힘든 삶을 전전하는 데 옆에 있는 사람은 천국이 아니라 지옥일 것이다. 예전 맹자선생께서 무항산(無恒産) 무항심(無恒心)이라고 하셨다. 재산이 없으면 도덕적인 마음도 없다는 이야기인데, 아마도 고시원에서는 온화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은 요원할 것이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앞으로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하면 풀어갈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하는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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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