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스 전자>

Cartoon 2019. 1. 27. 23:39

20116월에 시작해 어느덧 장기 연재 웹툰이 된 <가우스 전자>는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아마도 삼성전자나 엘지전자를 모델로 한 것 같은데 대기업에서 있는 일들을 소소하면서도 현실감있게 잘 그려냈다(물론 백마탄은 제외하고). 다양한 인물에 생명력을 넣어주면서 21세기 초 대한민국 회사원들이 겪는 일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가우스 전자>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고득점은 자수성가형 인물로서 아주 가난하지만 자신의 삶을 비관하지 않고 치열하게 살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 연민의 감정을 품고 있는 나리도 나름 가우스 전자같은 대기업에 빈틈없이 다니는 능력자이다. 그 와중에 파워그룹 후계자인 백마탄은 가우스 전자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와 결혼할 강미는 그 누구나 좋아할 인상의 소유자이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꼰대 같은 박과장, 깊은 사고방식으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김문학과장까지 나열하면 20명이 넘는 고정인물이 나오는 <가우스 전자>는 그 군상들만큼이나 다양한 삶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겪는 여러 가지 일들을 통해서 독자들은 공감하고 같이 웃는다.


<가우스 전자>를 볼 때 가장 놀라운 사실은 곽백수 작가의 성실함이다. 어떻게 월, , , , 금 주5일을 새로운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지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 시즌 4를 진행하고 있다. 시즌마다 몇 개월의 휴식기가 있기는 하지만 연재 중에는 휴재 없이 오랜 시간을 독자를 찾아가고 있다. 정말 왕성한 생산력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림 그리는 것 자체야 프로니까 매일같이 그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내용을 새롭게 하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치열한 웹툰시장에서 비슷한 내용이라든지 진부한 내용을 그리면 질타가 쏟아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에피소드 하나라도 허수로 그릴 수 없는 일이다. 곽작가는 기본적으로 이 많은 분량을 두가지 소스로 해결하는 것 같다. 우선 핵심멤버들의 성장사를 그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탄이가 강미와 결혼하는 과정을 그리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혹은 아지즈와 살던 상식이가 결혼해서 분가하여 아기를 낳는 과정을 보여준다든지 해서 공감을 얻는다. <가우스 전자>가 연재된지 8년이 넘었다. 그러다보니 실제 시간을 대입시켜도 그 성장사가 수긍이 가는 시간대로 간다. 20대 후반에 입사한 사람은 30대 중반이 되는 나이로서 회사에 적응하고 나래처럼 결혼하고 아기를 낳을 수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기본적인 드라마 작가로서 감정을 이입해서 써놓는다면 기본 뼈대가 되어서 나같은 장수독자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두 번째는 회사 안팎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쓰는 것이다. 회사원이 아닌 곽작가가 어떻게 이렇게 세밀하고 현실적인 소재를 잘 구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가우스 전자>가 근본적으로 오피스 만화이야기이므로 회사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마케팅 부서가 주축이므로 그 부서를 중심으로 일반 회사원이 느끼는 애환이나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예를 들어, 열심히 결재서류를 만들어 올렸더니 보지도 않고 리젝을 놓는다던지 야근하는 행태를 풍자한다는 지 하는 것은 많은 직장인의 공감을 샀다.


여느 인기 장수 웹툰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가우스 전자>도 가지고 있다. 어떻게 마무리 지을 것이냐이다. 이제 상식이는 아기도 낳고, 마탄이는 강미와 결혼하고 어쩌면 아버지가 있는 파워그룹으로 갈지도 모른다. 그리고 득점이는 벤처기업을 차려서 자신의 운명을 걸고 노력하고 있다. 기성남 차장이나 차와와 차장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의 미래를 걱정한다. 이 사람들이 영원히 가우스 전자에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회자정리라고 언젠가는 떠나야 할 날들이 온다. 그래도 지금은 한동안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여지가 있지만 흐지부지하게 이야기가 끝나는 것을 작가도 원치 않을 것이다. 어떻게 끝을 내던 간에, 10년 혹은 20년 후에 <가우스 전자> 그 후 이야기로 특별 외전 1~2개 정도 작가님이 그려주었으면 하다. 그러면 2010년대를 <가우스 전자>와 같이 했던 독자들에게는 오래된 친구를 본 느낌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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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