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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 작가의 <미생>은 단순히 재미로서의 만화가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에 화두를 던져준 작품이다. 웹툰으로 시작한 <미생>은 추후 드라마로도 잘 만들어져 그 파급력은 배가되었다. 이에 수십편이 넘는 논문이 <미생>을 주제로 쓰여졌다. <미생>을 다각도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다. 윤태호 작가가 무슨 의도로 그렸는지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읽는 독자는 자유롭게 의의를 해석할 자유가 있다.
가장 크게 다가온 문제는 비정규직 문제이다. 주인공 장그래는 일단 인턴으로 윈인터네셔날에 들어간다. 인턴이라는 제도가 언젠가부터 우리 노동시장에는 너무나도 친숙한 단어로 쓰이고 있지만 사실 인턴이라는 단어자체는 원래 의료계에서나 쓰이던 단어였다. 그런데 1990년대말 외환위기 후에 고용유연성을 늘린 다는 취지로 인턴이 들어와서 우리 사회에 정착되었다.
사실 인턴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서구사회에서 전반적으로 쓰는 제도이다. 원래 취지는 임시직으로 젊은 노동자들이 회사에 일하며 경험을 쌓고 적성에 맞는다면 이미 정직원으로 일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취업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는 인턴제도는 아무 경력이 없는 사람을 정직원으로 뽑아서 적성에 맞지 않아서 퇴사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여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인턴제도를 악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것이다. 애당초 의미있는 경험을 쌓게 해주거나, 적성에 맞는 사람을 뽑을 의도없이 허드렛일을 시키고 버릴 의도로 버리기 위해 인턴을 뽑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회사가 사회적 기업이 아니므로 회사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인턴은 상대적으로 을(乙)이기 때문에 뾰족한 수가 없다. 냉혹한 현실만 맛보고 자신의 노동은 착취되기 마련이다. 이것은 노동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근본적인 이유는 노동자가 많기 때문이다. 장그래가 인턴자리조차 간신히 얻고, 장그래가 아니더라도 그 자리를 채워줄 사람은 아주 많기 때문에 회사입장에서는 장그래에게 잘 해줄 필요를 잘못 느끼는 것이다. 이런 것을 목도한 많은 노동자들이 아기를 많이 낳을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이 많기 때문에 노동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일자리조차 구하기 어려운 이 시기에 결혼하고 출산하는 것은 마치 끈 없이 번지점프하는 것처럼 위험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출산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저출산이 지속되어 인구가 줄면 노동이 대접받는 시대가 올 것인가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왜냐하면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로 인하여 많은 부분을 로봇이 수행할 것이고 인간이 하던 작업들이 무인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같은 업무량도 적은 사람으로 수행이 가능하다. 심지어 예전과는 달리 장그래같은 사무직조차 무인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이 대접받는 사회는 정말 요원하다.
힘들게 인턴생활을 끝내고 정규직으로 채용되더라도 노동자의 삶의 고단함을 줄지 않는다. <미생>은 이런 부분을 너무나도 가혹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려놓았다. 일을 해서 피곤한 것은 둘째치고 그 안의 구성원과의 관계가 회사를 전쟁터처럼 만든다. 대개의 회사는 기본적으로 피라미드형 구조로 되어 있는 조직구조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승진할 수 없다. 그래서 누군가는 나가야하는 숙명에 빠져있다. 물론 오차장, 천과장, 김대리 같은 사람들을 만나서 나름의 의미를 찾고 회사생활을 하면 다행이겠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는 운인데다가 무한경쟁시대에 환경은 점점 척박해져서 즐거운 회사생활을 유토피아처럼 실제로는 없는 세상이 된다.
<미생>을 읽으면서 기쁨보다는 처연함을 더 많이 느꼈다. 그만큼이나 작가는 세상을 미화하지 않았다. 작품 곳곳에서 바둑에 빗대어서 상황을 설명하는데, 바둑을 배운 사람은 아니지만 많은 공감을 했다. 아직 <미생>은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또 어떠한 스토리가 그려질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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