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

Cartoon 2018. 12. 5. 17:12


조석 선생은 웹툰의 장을 연 사람은 아니지만 웹툰이라는 장르가 대중적으로 자리잡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마치 조선시대로 치면 태조는 아니지만 태종이나 세종정도는 되는 역할을 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2006년에 연재를 시작하여 2019년이 된 <마음의 소리>는 지금까지 무려 1150회가 넘는 회차를 거듭하며 독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이제 웹툰계의 전설의 된 조석은 아직 현재진행형인 인물이다.


조석 작가의 <문유>, <조의 영역> 등 다른 작품도 있지만 <마음의 소리>를 빼고서는 그를 말할 수 없다. <마음의 소리>는 자전적인 웹툰이다. 조석이 주인공이고 자신의 형인 조준, 그리고 아버지 조철왕, 부인 애봉이, 근래에는 딸 율봉이 등등 주위에 있는 사람이 총출동된다. 기본적으로 이들과 있었던 일들을 토대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물론 실제로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야기는 과장되게 진행되어서 웃음을 준다. 그리고 소재는 가족과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조석의 학창시절, 전경시절, 대학시절이 버무려져서 나온다. 각 회가 전 회나 다음 회와 연결될 필요가 없이 단독적인 스토리를 구성하기 때문에 <복학왕>이나 <타인은 지옥이다>같이 스토리 라인을 중요시 여기는 작품과는 달리 연속성에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소리>가 추앙받아 마땅한 이유는 작가의 꾸준함 때문이다. 매화 다른 재미있는이야기를 담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는 것은 둘째치고 소재를 구하는 것도 회차가 지날수록 지난해진다. 지금은 주 1회 연재하지만 10년 넘게 화요일, 목요일 주2회 연재하는 일은 자신의 삶을 모두 소진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리고 작년에 잠시 휴재를 한 것 외에는 휴재없이 10년 넘게 연재해 왔는데 이 역시 초인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의 소리>가 연재되는 동안 수많은 작품들이 명멸했다. 하지만 <마음의 소리>는 치열한 순위경쟁 속에서도 탄탄한 팬층을 바탕으로 건재함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힘을 보면 예전 TV예능 <무한도전>을 보는 것 같다.


<마음의 소리>10년 넘게 연재되면서 그림체도 진화해왔다. 1회 때와 지금의 조석의 모습을 보면 확연히 다른 그림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아주 놀랍게도 오랫동안 그의 작품을 본 사람들은 변하는 모습을 잘 느끼지 못한다. 어느 정도 시나브로 변화를 추구한 것 같다. <무한도전><무모한 도전>시절과 종영할 때의 포맷과 멤버가 달랐듯이 장수 작품은 시간에 흐름에 따라 그에 맞게 변하는 것 같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서 장시간 연재를 하면서 초등학교때 그의 작품을 보면 자란 아이가 이제 대학을 가고 입대를 하고 제대를 하게 된 것이다.<마음의 소리>의 그림체가 세련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긴 시간 속에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고 이제 그의 그림은 조석그림체화되었다.


어쩌면 <마음의 소리>는 지금부터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마 작가 스스로도 심각하게 고민해보았겠지만 <마음의 소리>를 언제까지 연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지금까지는 <마음의 소리>는 항상 상위권을 랭크하면서 인기를 구가하였다. 그런데 이제 작가는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웹툰의 주소비층인 청소년층과는 점점 나이차가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젊은 층의 이해하는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고 그들이 쓰는 유머감각과는 달라 애를 먹을 수도 있다. 소재 면에서는 이제 아버지로서의 조석이 나와서 내용을 확장하고 있는데, 공감하는 독자들이 점차 웹툰을 떠나면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괜히 더 오래 연재했다가 인기가 떨어져 사라질 수 있는 압박감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박수칠 때 떠나는 작품’‘의 멋있음을 작가도 알 것이다. 문제는 그 박수칠 때가 언제까지 이어질 까는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조석작가가 판단할 문제겠지만 예전 같은 수준으로 아이디어가 샘솟지 않는다면 지금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마음의 소리>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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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