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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진을 찍는 시대에 사진작가는 무슨 의미일까.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만국민 사진작가 시대에 사진작가로서 명함을 내밀기 위해서 범상치 않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지금은 동호회 수준에서도 예전 작가수준의 사진기술력을 가졌기 때문에 이제는 단순히 기술로는 승부를 볼 수 없고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에릭 요한슨 사진전>은 21세기에 사진작가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알려주었다고 생각한다.
에릭 요한슨의 작품은 고전적 의미에서는 100% 사진이라고 볼 수는 없다. 사진도 찍지만 후반작업을 통해서 하나의 작품으로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현실적인 결과물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사람이 큰 전구를 하늘에 달아서 달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 사진이라든지, 이불을 끌고가는 것처럼 도로를 만드는 사진 같은 것은 도저히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즉 네셔날 지오그라피에서 보여주는 사진과는 다른 대척점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네셔날 지오그라피에서 보여주는 사진도 매우 중요하고 노력이 많이 드는 사진이지만 에릭 요한슨의 작품은 새로운 상상력과 노력이 든다고 볼 수 있다.
에릭 요한슨의 작품 그 자체도 멋지지만 그것을 어떻게 만드는지의 과정을 기록해서 관객에게 보여준다. 그래서 작품 하나하나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이해도도 높아진다. 또한 사진이라고 하면 별고생을 하지 않고 손가락만 까닥하면 된다는 잘못된 고정관념도 깨부수는데 일조를 한다. 전시회에도 있었지만 유튜브에 에릭 요한슨 채널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Behind the scene>이라는 이름으로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지 볼 수 있다.
에릭 요한슨의 사진전을 모두 보고 나와서 느낀 것은 그의 용기이다. 지금이야 자리를 어느 정도 잡은 작가이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그가 처음 작품을 시작하고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불안감같은 것을 느꼈을 수도 있었을 탠데 꿋꿋이 자신의 신념을 견지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예술인은 모름지기 과거의 것을 극복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다. 문제는 새로울 수는 있는데 그것이 대중에게 받아지느냐는 다른 문제이다. 피카소처럼 그 새로움이 작가가 살아있는 동안 세상의 인정을 받을 수 있고 고흐처럼 사후에서야 세상의 인정받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영원히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예술에는 정답이란 없기 때문에 인정받을 수 있는지는 쉽게 점치기 어렵다. 물론 에릭 요한슨의 경우에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인정을 받은 경우이지만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하고 지속하기까지는 꽤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필요했을 것이다. 나는 이 점이 그의 작품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가로서 그가 가질 지도 모르는 고민은 아마도 지금 스타일을 고수하느냐 마느냐이다. 그의 사진전을 보고 나니 그의 스타일이 무엇인지 대략 알 수 있게 되었다. 예술가로서 자신 만의 스타일이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아마도 사진을 보다가 어떠한 류의 사진을 보면 에릭 요한슨이 떠오를 것 같다. 에릭 요한슨은 자신 만의 스타일 안에서 계속 소재를 바꾸어 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 스타일을 계속 고수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물론 작가의 자유이고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의 장단점이 있다. 예전에 피카소가 피카소답지 않게 그린 그림을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고개를 갸우뚱한 적이 있었다. 예술가로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자신의 자유이다. 스타일의 외연을 넓히면 스타일의 선명성이 떨어진다. 반대로 하나의 지엽적인 스타일을 고수하다보면 에릭 요한슨이라는 작가가 가진 스펙트럼이 좁아진다. 이러한 트레이드 오프(Trade-off)를 에릭 요한슨은 어떻게 극복할 지는 모르겠다. 지금도 왕성하게 작품을 내는 만큼 앞으로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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