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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는 SF영화의 한 횟을 그은 영화이면서도 그 내용에는 여러 철학적인 질문들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에 철학자들이 모여서 매트릭스를 철학의 관점에서 쓴 <철학으로 매트릭스 읽기>를 편찬하였다. 철학이라고 해서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고 7명의 철학자가 매트릭스를 보고 느끼고 생각한 영화감상문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교과서가 아니므로 난해하지도 않고 영화를 매개로 쓴 것이기 때문에 이해도 쉽다. 다만 매트릭스를 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공감대가 많이 떨어질 수도 있겠다. 반면에 나같이 매트릭스를 DVD를 구매해서 여러 번 본 사람은 내용을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겠다.
내가 매트릭스를 보면서 가장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은 네오가 오라클과 면담하는데 오라클이 네오보고 인류를 구할 사람이 아니라고 이해했는데 궁극적으로 네오가 인류를 구하게 된다. 나는 이 부분을 보면서 오라클이라는 사람이 왜 틀리는 가 싶었다. 그런데 해석을 “오라클은 맞는 말을 한 것이 아니라 네오에게 필요한 말을 한 것이다(18쪽)”라고 하니 이해가 되었다. 이는 어쩌면 결정론이라든지 운명과 관련된 것이다.
“운명이란 현재의 눈길이 과거의 순간들에 던지는 소환장이다. 네오가 운명을 부정한 것은 운명이란 현재가 과거에 던지는 회고적 눈길일 뿐이기 때문이다. 운명을 받아들일 때 삶의 매 순간은 나의 시간들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17쪽).”라는 부분을 읽으면서 세상에 운명이라는 것은 과연 존재하는 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일상 생활에서도 종종 쓰이는 운명이라는 말, 과연 합당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서 결정론 그리고 자유의지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매트릭스 2>에서 느끼한 프랑스 사람 메로빈지언이 나와서 인과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메로빈지언이 내세운 인과론은 모피어스가 말한 선택의 자유의지론과 대치된다. 메로빈지언은 선택을 일종의 환상으로 돌린다. 선택은 힘 있는 자가 힘 없는 자에게 심어준 환상이다(31쪽).” 우리가 선택하는 모든 것은 이미 어떠한 원인에 의해서 정해져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면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증명할 수 없다면 나는 자유의지론에 힘을 주고 싶다. “결정론의 세계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이다. 그곳에는 선택도 역사도 존재하지 않는다(30쪽).” 이미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어떠한 원인에 의해 정해져 있다면 특별히 고민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매트릭스에서는 매트릭스 안의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요원들은 고통스럽고 추한 실제 현실보다 매끈한 가상현실인 매트릭스가 더 나은 세계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45쪽).” 어쩌면 나도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빨간색 알약을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 일단 현실을 너무나도 괴롭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도 만약에 현실에 나와산다고 하더라도 그 현실이 또다른 매트릭스가 아님을 증명해야 해야하는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즉, 꿈속의 꿈속의 꿈을 확인하기 어렵듯이 현실이 정말 현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매트릭스 안에 살 것 같다.
사변적인 철학 뿐만 아니라 생활의 철학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온다. 네오의 강력한 힘이 알고자 하는 욕망에서 온다고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욕망하는 것을 달성하는 순간 성취감의 쾌락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것을 욕망하게 하는 새로운 결핍이 나타난다. 잉여쾌락 때문에 현실 세계에서 사람은 끊임없이 더 큰 것을 욕망하며 그것이 달성되면 또 더 큰 것을 욕망한다(205쪽).”라고 이야기하는데 크게 공감하였다. 나는 이것이 인간의 속성이라고 생각한다. 가지면 그것에 만족하기 보다는 더 많은 것을 원한다. 그래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타인을 괴롭히기도 한다. 나 역시 살아가면서 달성한 것에 만족하기 보다는 달성할 것을 생각하면 괴로워한 시간이 더 길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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