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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은 단순히 프랑스 역사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 중 하나이다. 그래서 세계사를 다룰 때 필수적으로 다루는 사건일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전반에 있어서 모를 수 없는 사건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프랑스 혁명에 대해서 그렇게 많이 아는 것 같지 않다. 기껏해야 1789년에 일어난 일이라든지 혹은 루이16세를 폐위하고 공화국이 세워진 것이라든지의 파편화된 지식만을 가진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 만나는 프랑스 혁명>은 프랑스 혁명을 깊이 있지만 쉽게 풀어쓴 책이다.
지금이야 프랑스 혁명의 의의를 글로 읽고 이해만 하면 되지만 혁명이 벌어지는 시대에는 정말 혼란의 연속이었다. 왜냐하면 일단 왕이 워낙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에 왕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지금 자본주의 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세상을 뒤집는 것과 마찬가지이다(심지어 자본주의는 이미 공산주의와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에 대안을 생각하기 어렵다). 지금이야 공화국의 개념이 공기처럼 당연한 개념으로 다가오지만 천년이 넘게 왕이라는 존재가 있던 사회에서 왕을 제거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실제로도 혁명이 일어나자마자 왕을 사형시키지는 못하고 얼마의 시간 후인 1793년에 루이16세를 제거할 수 있었다.
책을 보면서 곰곰이 생각한 점은 온건파와 강경파의 대립구도이다. 구체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 생각은 동일했다. 하지만 “어떻게”의 문제에 있어서는 이견이 있었다. 이를 보면서 예전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무단으로 점령을 당할 시절에 독립운동을 하시는 분들도 노선이 온건파와 강경파로 나뉘었다. 조국독립이라는 공통된 목표가 있었지만 그것을 구체화하는 데 있어서는 다른 생각을 가지신 것이다. 지롱드(Girondins)파와 몽태뉴(Mountains-영어로 마운틴이라고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듯이 산처럼 회의장에서 높은 자리에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파로 나뉘어 프랑스 혁명 후의 일을 처리하고 프랑스의 미래를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평원파(La Plaine)도 있었다. 몽태뉴파가 급진적인 성향을 가졌고 지롱드가 그에 비해 온건적인 입장을 가졌다. 이들이 옥신각신하면서 정치인 마라 등이 암살당하는 와중에 나라를 이끌어 가고 있는데 외국의 침략까지 받는다. 이러한 것을 보면 혁명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지도 않고 혁명이 성공한 후에도 깔끔하게 세상이 정리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도 알 수 있다. 이 혼란의 여정이 끝나는 것은 나폴레옹이 등장하면서 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오히려 프랑스 혁명 자체가 아니라 혁명 후에 나폴레옹의 등장이다. 1789년에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후 혼돈의 시기가 지나고 로베스 삐에르의 공포정치를 지나고 나폴레옹이 등장한다. 그리고 나폴레옹이 실권을 잡는 것은 1799년이고 황제에 오르는 것은 1804년이다. 불과 혁명이 일어난 후 15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왕을 폐위시키고 황제가 나타난 것이 불과 15년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물론 나폴레옹과 루이 16세는 성격을 달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폴레옹이 황제에 오른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보다 37년이나 먼저 태어난 조지 워싱턴은 독립전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황제에 자리에 오를 수도 있었을 탠데 8년간 대통령을 하고 물러난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것이 없지만 만약에 나폴레옹이 대통령의 위치에 올라서 10년 정도만 했으면 어떠했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만약에 그렇게 했다면 아마도 프랑스의 민주주의는 더 빨라 정착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워싱턴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지금이야 임기가 정해진 최고통수권자를 생각하지만 200년 전만 해도 왕같은 존재가 사람들에게 더 익숙했으니 말이다. 이 책에는 나폴레옹이야기까지 나온다. 나폴레옹 실각 후에도 여러 일들이 있었다. 200여년 사이에 얼마나 세상이 바뀌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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