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박물관>

Exhibition 2018. 12. 29. 22:44

인천차이나 타운에 위치한 <짜장면 박물관>에 다녀왔다. 우리가 늘상 먹는 짜장면에 대한 국내 유일한 박물관으로 천원이면 입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워낙 사랑을 받고 중국에서 오히려 인기가 많지 않아 도리어 한국음식이라고 부르고 싶을 지경의 음식이 바로 짜장면이다. 방송에서는 자장면이라고 발음하기도 하는데 인간적으로 장면이라고 불러야 제맛이다. 그러면에서 <짜장면 박물관>이 자장면 박물관이 아님을 감사한다.


<짜장면 박물관>의 건물은 예전에 짜장면을 최초로 수입하여 만든 공화춘 건물이라고 한다. 이 공화춘의 이름의 유래가 독특하다. 원래 이름은 산동회관이였다고 한다. 그런데 신해혁명이후 1911년 청나라가 망하고 중화민국으로 바뀌면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공화국을 표방한 중화민국을 따라서 共和를 붙이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춘()을 따서 공화춘(共和春)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공화춘의 유래에서 보면 알수 있듯이 우리가 짜장면을 먹어온 역사는 생각보다는 길지 않다. 기껏해야 100년이 된 것이다. 100년 만에 우리가 사랑하는 대표음식이 된 것이다. 나의 고조할아버지께서는 이 짜장면을 제대로 드시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3~4세대 만에 탄탄한 입지를 얻은 음식이 되는 것을 보면 22세기에는 어떠한 음식이 우리나라화되어 식탁에 오를지 궁금하기도 하다.


2층으로 구성된 박물관은 우선 어떻게 짜장면이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 설명한다. 이 때 화교의 역할을 이야기하는데 중국 산동성의 동쪽끝의 경우에는 인천과 불과 500km도 거리가 채 되지 않는다. 이는 거의 서울과 부산의 거리정도 되는데 배를 타야했지만 인천과 중국 산동사이의 교류는 그 어느 곳보다 활발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국에서 건너온 화교는 한국에 자리잡고 살면서 그들이 먹었던 음식 중 하나가 짜장면이고 이 짜장면이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 우리의 입맛에 맞는 짜장면으로 진화한 것이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제3전시실의 1930년대 공화춘 접객실을 재현한 곳이었다. 1930년의 우리나라는 일본에게 강제로 지배받던 시절이었다. 그러한 인천에서 중국화교가 운영하는 중국음식점은 우리나라 사람, 중국사람, 그리고 일본사람에 어떠한 의미였을까 상상해본다. 동북아시아에서 한중일이 가지고 있는 관계는 정말 친밀하면서도 멀다고 할 수 있다.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싸우는 관계가 아마도 계속될 것 같다는 생각은 한다.


4전시실에서는 드높아진 짜장면의 인기가 나온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부모님 세대분들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입학식이나 졸업식 후에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먹는 것이 어떠한 관례라고 하였다. 그만큼 꽤 인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중국집도 고급과 일반 대중식당으로 점차 분화되고, 짜장면은 봉지라면화되기도 하여 우리가 아주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짜장면 박물관>을 돌아보면서 짜장면의 100년의 역사는 물론이거나와 흘러온 우리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짜장면 박물관>은 인천광역시 중구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고 있다. 중구시설관리공단은 <짜장면 박물관>뿐만 아니라 <한중문화관>,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장>, <인천개항박물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짜장면 박물관>은 박물관이라는 특성상 짜장면만큼 수익이 나지 않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렇게 수익에 덜 민감한 공단에서 공화춘건물을 잘 탈바꿈하여 관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약간 아이디어가 있다면 작게 공화춘의 예전 요리법으로 짜장면을 직접 팔면 어떨까한다. 물론 <짜장면 박물관>근처에 <수요미식회>에도 소개된 여러 출중한 중국식당이 있기는 하지만 예전 공화춘 건물에서 먹는 짜장면은 또다른 느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오리지널 레시피가 아직 전수되어 있다면 그 맛도 보존할 가치가 충분함으로 그것을 직접 판매함으로써 사람들의 즐거움을 주는 것이 어떨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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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