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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의 기억을 관통한 여러 만화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은하철도 999>이다. 전체 내용은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강렬한 이미지와 노래는 뇌리에 박혀서 어른이 된 지금도 생생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은하철도 999>가 <Galaxy Odyssey-松本零士의 오래된 미래>라는 이름의 전시회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전시회는 용산 나진상가에서 열렸다. 장소부터가 아주 적합했다. 이제는 위세를 조금 잃었지만 한때 용산은 전자계열의 메카로서 활약해왔다. 공상과학 만화인 <은하철도 999>에 딱 맞는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나진상가의 한 부분은 막아놓고 예전의 가게로 사용되는 공간들을 섹션으로 사용하여 관람할 수 있게 하였는데 매우 신선하면서 좋았다. 전시회에는 총 20개정도의 섹션이 있었고 그 섹션마다 다양한 전시가 펼쳐져 있었다.
다양한 전시가 가능했던 이유는 그만큼 다양한 작가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은하철도 999>의 작가인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뿐만 아니라 가수 하림, 만화가 탐이부, 과학예술가(지금은 미디어 아티스트) 송호준 등 많은 작가들이 <은하철도 999>를 모티브로 작품을 구성했다. 작가의 배경이 다르고 <은하철도 999>를 보고 느낀 바도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작품이 나왔다. 예술작품 뿐만 아니라 메텔, 철이의 옷을 직접 입어볼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이러한 다양한 구성이 전시회를 풍성하게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마쓰모토 레이지의 작업실이다. 관련 자료들이 수북이 쌓여있는 크지 않은 작업실에 문하생과 같이 작업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작은 공간에서 이렇게 거대한 세계가 새롭게 탄생되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은하철도 999>는 이 세상에 없는 그야말로 “공상(空想)”과학만화이다. 이렇게 있지도 않은 세계를 상상력으로 채워 넣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우주선도 아니고 기차가 은하를 뚫고 움직이는 모습은 이 만화의 가장 중요한 장면이 되었다. 이 모든 것들이 작은 공간에서 잉태되었다는 점에서 창작자의 위대함을 느끼게 된다.
<은하철도 999>은 방영된지 꽤 오래된 작품이다. 1977년부터 1979년까지 <소년킹>에 연재되었고 에니메이션으로는 1978년부터 1981년까지 <후지TV>에서 방영되었다. 에니메이션은 무려 117회 달하는 장편 에니메이션이다. 그만큼 스토리가 튼튼하고 풍부하다는 것이다. 또한 방영된지 무려 40년에 가까운 에니메이션이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것은 지금도 이 만화가 던지고 있는 이야기가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은하철도 999>는 어린이만 보기에는 상당히 내용이 심오한 에니메이션이다. 예를 들어, 철이는 고생 끝에 영원히 살 수 있는 기계인간의 세계에 도착한다. 그런데 영생을 얻은 기계인간들이 삶이 지겨워져서 자살을 한다. 어른이 된 지금도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은하철도 999>은 이제 어느덧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은하철도 999>의 인기가 세대를 걸쳐서 있게한 주요 원인중 하나는 역시 메텔이다. 메텔이라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신비로운 인물이 있기 때문에 <은하철도 999>은 더 공전의 히트를 구가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메텔에 영감을 받아서 나온 예술품들도 많았다.
일본의 에니메이션은 상당히 발전되었다. <은하철도 999>는 물론이거나와 <공각기동대>, <에반게리온> 등을 비롯한 SF를 비롯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지브리 시리즈, 그리고 대중들이 친근하게 보는 <드레곤볼>, <슬렘덩크>, <나루토>, <원피스>, 등등 셀 수 작품이 쏟아져나왔고 이것들은 각각의 세계를 이루었다. 그래서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일본문화의 기축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의 만화산업은 일본보다는 뒤떨어져 있지만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웹툰시장은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좀 더 발전해서 <은하철도 999>같은 전시회를 할만한 좋은 우리나라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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