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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마을에서 9호선을 타기 위해 내려가다가 우연히 <심산 김창숙 기념관>에 들리게 되었다. 반포에 꽤 오랫동안 살았던 나로서는 언제 이런 곳이 생겼는지 의아한 마음으로 들어갔다. <심산 김창숙 기념관>은 물론 심산선생님을 기리기 위한 곳이지만 오로지 기념만을 위해 만들어진 곳은 아니다. 서초구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공간이기도 하다.
건물에 1층에는 가장 중요한 심산선생님 기념관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가볍게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북카페가 있다. 지하에는 독서실과 서초창의허브가 있다. 그리고 2층에는 심산아트홀이 있어서 여러 공연을 관람하거나 직접 대관할 수도 있다. 3층에는 심산기념사업회 사무실과 교육실이 있다.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에 이렇게 주민들과 호흡할 수 있게 기념관을 꾸려놓았다는 점이 좋았다. 간혹 위인의 전시관이라고 해서 너무 전시에만 몰두하다 보면 일반인들과의 괴리가 생기고는 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덜 찾게 된다. 그와 달리 심산 기념관은 심산 선생님은 심산 선생님대로 기리고 생활에 녹아들게 함으로써 후손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심산 선생님의 뜻을 실현했다고 본다. 만약에 여러 생활밀착형 시설이 없었더라면 사람들은 심산 선생님에 대해 덜 인지하였을 것이다.
1층에 구비된 심산 전시관은 연대별로 6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구역1은 심산 선생님의 연보가 나와있고, 구역2 심산 선생님의 어렸을 시절이 나와있다.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유학을 배웠던 이야기가 나오는데 1879년생이신 선생님의 출생시기를 생각한다면 유학을 주류로서 배우 마지막 세대가 아닌가하다. 물론 지금도 유학을 배우고 있는 사람이 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글을 배우는 사람은 응당 알아야하는 것이 유학이었다. 선생님이 유학을 배우고 난 후 나라는 격동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유학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든다. 구역 3에서 본격적으로 선생님이 구국운동을 나선 이야기가 나온다. 1908년 대한협회 성주지부를 조직하고 1910년 성명학교를 설립을 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신다. 이때가 선생님의 20대였을 시기였는데 나라가 빼앗기는 과정을 보는 것을 청년 김창숙을 좌시할 수 없게 하였을 것이다. 구역 4에서는 일본에게 국권을 피탈당한 후에 심산선생님의 활동이 전시되어 있다. 선생께서는 우리나라가 억울하게 식민지배를 받았음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셨으면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의원으로서 독립운동을 지원하였다. 그리고 일본에게 체포되어 옥살이를 하게 되는데 그 분의 결기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오랜 식민지배를 끝내고 우리는 광복을 맞이한다. 구역 5에서는 광복 이후에 심산선생님의 활동을 그렸다. 선생님께서는 이승만 정권의 권위주의를 비판하시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서 성균관대학을 설립하고 총장으로서 운영한다. 일평생을 나라를 위해서 고민하신 선생님은 1962년에 세상을 떠나시는데 그의 올곧은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구역6에 전시되어 있다.
전시장은 그렇게 크지는 않다. 1시간 정도면 충분히 음미하며 볼 수 있는 정도의 크기이다. 구성이 연대별로 잘 되어 있어서 짧은 시간을 통해서 인간 김창숙의 걸어온 길을 걸어온 길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우리나라가 처했던 상황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전시실 초입에 영상실이 있다. 이 영상실에서는 심산 선생님에 대한 짧은 다큐멘터리를 틀어주는데 이것을 보고 보면 더욱 이해를 빨리 할 수 있다.
심산 선생님께서는 좋은 말씀을 많이 남기셨다. 그 중 마음에 걸리는 말씀은 “성인의 글을 읽고도 그가 시대를 구하려 한 뜻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면 이는 거짓 선비다.” 현재의 세대는 예전 세대보다 교육의 절대수준이 훨씬 높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지식은 쉽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알기만하고 그 배움을 바른 길로 옮기는 데 쓰지 않는다면 상당한 낭비이다. 심산 전시회를 통해 배운 것을 영감삼아 조금이라도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행동을 해보기로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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