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미래>

Book 2019. 3. 5. 12:41


우리나라의 저널리즘이 위기라고 보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저널리즘의 미래>는 이러한 위기상황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해본 책이다. 내가 읽어본 저널리즘 책 중 가장 제대로 현실을 직시하고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은 책이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현재 대한민국 저널리즘의 위기를 4가지로 묶었다. 첫째, 클릭 수를 위한 기사어뷰징 혹은 선정적인 기사의 범람, 둘째, 신문의 고사위기, 셋째, 기자의 처우와 진로의 위기, 넷째, 언론과 권력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서 다루었는데 그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우선 질 낮은 기사가 범람하는 시민들의 에너지를 빼앗는 데 문제가 있다. 이 글을 쓰는 조금전에 본 기사가 박은X, 휴대폰 보다 떨어뜨려 코뼈 부상 부어올랐다"이다. 텔렌트 박은X씨가 핸드폰을 보다가 코를 다쳤다는 것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그것을 기사화한 것이다. 물론 박은X씨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야 이것이 뉴스가 될 수 있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이런 것까지 알아야하는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클릭수와 비례하여 수익원이 창출되는 온라인 언론의 생리상 일단 사람들이 흥미를 갖을 만한 것을 기사로 만든다. 사람들은 이에 대해 반응하고 에너지를 쓴다. 같은 시간 다른 곳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이 리투아니아 은행을 통해서 돈세탁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내가 이 기사를 클릭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보는 것이나 텔렌트 박모씨가 핸드폰 보다가 코가 다친 이야기나 똑같은 수익원을 창출한다면 기자의 입장에서는 유명인 인스타그램이나 둘러보다가 기사를 만드는 일이나 하는 것이 훨씬 편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이 이러한 연예인의 신변잡기를 기업의 비리보다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점점 연예인의 중요하지도 않은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는 뉴스가 살아남고 사회의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할 탐사보도는 점차 자리를 잃게 된다. 방안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을 책에서 논의했다.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언론을 갖는다라는 말이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서 국민이 뉴스선별능력을 함양할 것을 촉구하였는데 크게 공감한다. 초등학생도 쓸 수 있는 기사가 사회적으로 곱씹어볼 만한 좋은 기사를 밀어내는 일은 근본적으로 시민이 할 일이다.


이 외에도 관심을 끌었던 주제는 권력과 언론과의 관계이다. 이 관계는 지금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터넷 언론이 나오기 한참 전부터 있었던 일이고 지금도 문제고 앞으로도 문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근대언론은 일단 시작부터 일제강점기 때 시작되었고 중간에 오랜 군사독재의 시간을 보내면서 기형화되었다. 문제는 군부의 독재시절이 끝난 후에도 정권교체 때 마다 KBSMBC사장 문제가 논란이 되었다. 아무래도 언론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정치권에서는 워낙 잘 알고 있으므로 이를 어떻게든 이용해보려고 한 것이다. 책에서는 영국의 BBC, 일본의 NHK, 독일의 ZDF의 예를 들면서 독립적인 방송위원회의 구성을 촉구한다. 나도 이에 크게 공감한다. 문제는 아마도 이 방송위원회를 어떻게 뽑냐는 것이다. 중립적인 뉴스와 공정한 뉴스는 같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공정하다고 보는 관점이 자신이 처한 위치와 크게 상관이 있어서 일률적으로 공정한 뉴스를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공정한 뉴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대답을 먼저 해야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다.


이 외에도 이 책을 통해서 몰랐던 부분을 많이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연합뉴스>가 정부지원금을 한해에 300억원 넘게 받는다. 나는 미디어의 시장성 악화를 통해서 제대로 뉴스를 보도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서 정부가 돈을 내어서 최소한의 중립적인 뉴스를 보도할 수 있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연합뉴스>였다. 문제는 그 <연합뉴스>가 공정한 언론인가에는 의구심이 있다. 역시 돈줄인 정부의 편에 설 수 밖에 없지 않나싶다.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KBS도 정권의 영향을 받는데 연합뉴스는 더 말한 것이 없나 싶다. 당장 뾰족한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저널리즘의 미래>는 우리나라 언론의 제반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모색해보는 계기가 되는 아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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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