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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유행어를 만든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별내용은 없지만 역시 볼만한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SINRA>라는 잡지에 1994년부터 1995년까지 게재하였던 글들을 모아둔 책이다. 특히 그가 미국에서 지냈던 1993년부터 1995년의 2년간의 시간의 내용을 담았는데 매우 소소한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했지만 읽는 재미는 소소함을 넘어선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굉장한 소소한 재미라서 소소하지 않다고나 할까.
그 유명한 소확행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나온다. (135쪽~136쪽)
그로부터 3년 뒤에 나는 보스톤의 한 중고가게에서 같은 레코드를 2달러 99센트에 파는 것을 발견했다. 레코드판의 질은 반짝반짝하는 신품과 똑같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이것을 손에 넣었을 때는 정말로 기뻤다. 손이 떨릴 정도의 흥분은 아닐지라도 나도 모르게 싱글벙글 웃음이 새어나왔다. 꾹 참고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결국 구두쇠가 아니냐는 말을 들을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았다. 개인적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철저한 자기 규제 같은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꾹 참고 격렬하게 운동을 한 뒤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같은 것이다. “그래 이 맛이야!”하고 혼자 눈을 감고 자기도 모르는 새 중얼거리는 것 같은 즐거움, 그건 누가 뭐래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참된 맛이다. 그리고 그러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없는 인생은 메마른 사막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이 부분에 크게 공감을 했다. 소확행에 필수조건은 때때로 적당한 금욕이다. 아무 것이나 모든 할 수 있고, 매번 하고 있으면 그것은 행복이 되지 않는다. 약간의 방해물이 있고, 그 어떤 것을 극복한 후에 성취할 수 있는 것이라면 긍정적인 감정은 배가 된다. 그가 표현했던 운동을 한 후에 마시는 맥주가 딱 인 것 같다.
이러한 소확행을 누릴 수 있는 것은 하루키씨의 절도있는 생활습관에 기인할 수 있다. 그는 사실 바른생활 사나이의 삶을 살고 있다. 책에 그의 작업 방식이 나와있는데 아침 5시에 일어나 작업에 몰두하다가 밤9시가 되면 잠든다는 것이다. 물론 계속 소설만 쓰는 것은 아니다. 아침을 먹고 10시 반까지 작업을 하다가 수영을 하거나 한시간 정도 달린 후 점심을 먹는 다고 한다. 그리고 오후에는 기분전환의 일을 하는 데 번역을 하거나 간단한 에세이를 쓴다고 한다. 혹은 사무적인 일을 처리하거나 시내를 산책한다고 한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음악을 듣는다고 한다.
그의 이러한 바른생활 사나이의 생활패턴이 그가 롱런하는 비결일 수 있다. 혹자는 이러한 바른 생활이 재미없고 불행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바른 생활이 정착된 사람이야 말로 ‘소확행’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 것도 아닌 맥주한잔이라든지 동네에 있는 고양이와 교감을 나눈 다는지 하는 작지만 소박한 행복을 바른 생활 사나이는 만끽할 수 있다. 알코올 중독자는 맥주를 마시지 않으면 죽을 것 같지만 그 행복이 바른 생활 사나이가 열심히 운동을 하고 마신 맥주와 그 결을 달리한다.
이 책이 무라카미 하루키씨의 생활을 적은 것이지만 미국에 있을 때 쓴 것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미국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러는 의미에서 어떠한 사람의 미국여행기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그리고 그와 곁들여진 사진과 순박한 그림은 글을 읽는 데 있어서 즐거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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