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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물방울>은 와인을 대표하는 만화이다. 나는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데 <신의 물방울>을 읽고 와인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물론 끝끝내 와인을 실제로 마시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와인에 대한 매력을 높이 평가하게 된 작품이다. 내가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일단 기존 지식이 많이 있어야 한다는 선입관 때문이었다. 몇 년도 산이 좋다느니, 테루아가 어떻다느니, 그리고 마실 때는 레드와인은 어떠한 음식과 먹어야한다느니 하는 과도한 지식을 요구하는 것 같아 반감이 심했다. <신의 물방울>에서도 그러한 과도한 지식이 쏟아져 나오지만 불쾌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칸자키 시즈쿠와 토미네 잇세의 대결로 칸자키 유카타가 남긴 12사도를 따라가면서 지식이 자연스럽게 분출되기 때문이다.
와인의 지식은 물론이거니와 흥미로운 것은 와인의 대가 칸자키 유카타의 친아들인 칸자키 시즈쿠와 와인의 정통한 젊은 비평가인 토미네 잇세와의 대결이다. 시즈쿠는 아버지와 달리 맥주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와인은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으로 멀리하고 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께서 남기신 유서로부터 모든 일이 시작된다. 아버지의 유산을 친아들인 시즈쿠에게 바로 주는 것이 아니고 와인의 양야들 잇세와의 대결에서 이겨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잇세가 이기면 잇세가 그 유산을 차지하게 된다.
<신의 물방울>의 주인공은 시즈쿠이므로 이야기의 전개도 시즈쿠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잇세는 주인공의 대척점에 서있는 사람으로 나온다. 그리고 보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시즈쿠의 입장에서도 시즈쿠가 이기기를 마음 속으로 약간 기원(?)을 하게 된다. 결과는 6:6으로 끝나고 시즈쿠와 잇세는 약간의 동맹(?)같은 것을 맺고 ‘신의 물방울’을 찾아나서는 것으로 끝을 맺게 된다.
나는 이것을 보면서 다소 잇세에게 동정심이 갔다. 애당초 와인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시즈쿠가 친자라는 이유로 대결에 참여하게 된다. 게다가 시즈쿠는 어려서부터 와인의 대가인 칸자키 유카타의 교육을 알게모르게 받으면서 자랐다. 즉, 문화적 자본도 상당히 물려 받은 것이다. 반대로 잇세는 스스로 와인에 대해서 터득하고 철저히 배운 노력파이다. 그런데 단시간에 시즈쿠는 당대 최고의 와인가인 잇세를 따라잡고 승부를 무승부로 돌린다. 이런 것을 보면 역시 어떻게 태어난 것인가가 중요한 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모님이 누구인가라든지 천부적인 재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또한 고민되는 사항은 와인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어쩌면 잇세에게 칸자키 유카타의 와인을 주는 것이 낫지 않았나 싶다. 물론 만화에서는 비현실적으로 빠른 속도로 시즈쿠가 와인에 빠져들고 실력이 일취월장하여 잇세에게 필적할 만큼 되지만 그것은 만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만약에 현실에서 이러한 상황이 있었다면 와인을 제대로 감별하지도 못하는 친아들보다 그것의 진가를 제대로 아는 사람에게 넘겨져야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치 한진그룹이 조양호씨에서 조원태씨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한진의 유능한 직원에게 회장직을 맡게 할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선태의 문제이기는 하다.
<신의 물방울>을 읽으면서 경탄했던 것 중 하나는 대사의 예술성이다. 특히 와인을 표현할 때의 문구들은 아주 문학적이다. 예를 들어. “혼연일체된 마그마처럼 복잡한 액체가 혀 위에서 뒤섞여 달콤하게 변한다.” “힘차지만 우아하고 톡톡 튀는 기포와 멋진 턴을 연상시키는 품위 있는 산. 이것은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의 화련한 연기가 떠오르는 와인.” “매력이란 모순을 앉고 있는 것. 그리고 인생이란 상극의 반복.” 등등 여러 가지 와인을 표현하는 문구가 시적이다. 나는 맥주를 좋아하는데 누군가 <신의 물방울>같은 맥주 만화를 그려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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