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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분(?)이 뽀로로이다. 감히 말하건대 우리나라 부모는 뽀로로의 덕분에 육아의 고충을 많이 덜었을 것이다. 뽀로로 장난감을 사는 것은 정말 아깝지 않은 소비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뽀로로님께서 해주신 것을 생각하면 정말 나의 작은 소비는 어쩌면 약소하다고 할 수도 있다. 뽀로로가 왜 인기인지는 어른이 내가 판단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어린 아기들에게 왜 뽀로로가 좋냐고 물어보아도 제대로 표현할 사고능력이 갖추어져 있지 있기 때문에 알 수 없다. 게다가 뽀로로가 2003년에 나와서 내가 어릴 때 뽀로로를 보지 못해서 왜 좋은지도 모르겠다. 세월이 이제는 조금 흘렀으니 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지금은 청소년들에게 기억을 더듬어서 왜 좋냐고 물어볼 수는 있겠다.
정식이름은 <뽀롱뽀롱 뽀로로>인 속칭 뽀로로는 펭귄을 의인화하였다. 아주 특이한 점은 안경을 썼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주인공이 안경을 쓰고 나온 만화영화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제는 안경이 없는 뽀로로를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러한 설정이 파격이라면 파격일탠데 워낙 공전의 성공을 거두어서 그의 안경은 그의 시그니쳐가 되었다.
안경 외에 특이한 것은 뽀로로의 성격이다. 주인공이라고 하면 모름지기 착하고, 남을 배려하는 대인배이기 마련인데 뽀로로는 밴댕이 소갈머리같은 성격을 가졌다. 남들이 잘하는 것을 시기하고 친구들에게 장난치는 어쩌면 지극히 현실적인 소인배의 모습이다. 이러한 주인공 답지 않은 성격적인 결함에도 불구하고 나름 친구들에게 절교당하지 않고 잘 살아간다. 아이들이 왜 이러한 뽀로로를 좋아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적이기는 하다. 너무 영웅적인 모습만을 비추는 기존의 만화와는 확실히 차이점이 있다.
<뽀롱뽀롱 뽀로로>에는 뽀로로와 그의 친구들이 나온다. 에디, 패티, 크롱, 루피, 포비 등이 있다. 그 중 가장 신기한 친구가 크롱이다. 크롱은 말을 못한다. 시종일관 “크롱”이라고 밖에 말을 못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친구들이 알아서 다 알아듣는 다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들과 잘 어울려서 산다. 이렇게 말을 아예 못하는 친구도 잘 살수 있다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마음이 따듯해지기도 한다.
어른의 입장에서 뽀로로를 보면서 이해가 가지 않은 점은 여기 나오는 출연인물들이 다들 아동인 것 같은데 보호자가 없다는 것이다. 대개 동물을 의인화해서 나오는데 부모는 한번도 보이지 않는다. 어른의 감독없이 자기들끼리 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물질적으로는 부족해 보이지도 않는다. 기본적으로 집도 있고 먹을 것도 있다. 그래서 의식주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 그리고 주제가에서 나오는 것처럼 “노는 것이 젤 좋아”를 모토로 살아가는 친구들이다. 어쩌면 이러한 상태가 인류가 염원하는 유토피아에 가깝지 않나 싶다. 물론 친구들끼리 아웅다웅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걱정이 없는 세상이 인간이 오랫동안 꿈꾸어 왔던 이상향이라는 점에서 원초적으로 끌리는 면이 있다.
회를 거듭하면서 동물을 의인화한 친구들로 시작한 <뽀롱뽀롱 뽀로로>는 로디, 뽀삐 같은 기계와 외계인같은 친구들도 포함된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인종(?!)의 친구들이 포함되면서 잘 융화되는 것을 보다보면 인류가 가야할 지향점도 보게 된다. 다양한 인종, 종교, 사상, 민족 등등의 70억 넘는 사람들이 이 지구에 살고 있다. 이렇게 다르다보니 불가피하게 분쟁이 일어나고 때로는 전쟁이라는 참상을 겪게 된다. 인류는 서로 공존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써왔지만 지금도 지구 어딘 가에서는 여러 차이로 인해 차별하고 폭력을 가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아마도 뽀로로가 그리는 세상은 그야말로 만화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선입견없고 순수한 아이들의 세상에서만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아기들이 뽀로로에 매료되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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