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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라고 하면 고등학교 윤리시간(그렇다 윤리시간에는 철학부분도 상당히 들어갔다)에 잠깐 나오는 유럽의 철학자로 나에게는 기억된다. 내신이나 수능시험을 위해서 외워야하는 스피노자의 부분은 이 분이 범신론(汎神論)의 입장을 견지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것이 신이다라는 뉘앙스가 나오면 스피노자를 찍고는 했다. 하지만 그는 아쉽게도 다른 철학자 칸트, 헤겔, 루소 급으로 다루지지 못하고 나에게는 그가 정확히 했는지 안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하더라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긍정적인 인물로 기억이 된다. 그 외에는 스피노자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뜻하지 않게 읽게 된 <그래픽 평전 스피노자>는 그를 다시 보게된 계기가 되었다.
<그래픽 평전 스피노자>를 읽고 나서 느낀 그에 대한 감정은 당대 최고의 쿨가이라는 것이다. 스피노자는 1632년에 네델란드에서 유태인으로 태어났다. 나는 유태인들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것이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지금의 이스라엘에 자리를 잡을 때까지 2000년 가까이 전세계를 떠돌아 다니면 자신의 문화와 관습을 지켜나갔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유대인들은 어디에서나 환영받지 못하였는데 스피노자 가족이 포르투갈에 있을 때에서는 가톨릭교로 개종하기를 강요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조부모는 겉으로는 가톨릭인 척을 하고 집에서는 유대교의 관습을 지켰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지배를 받은 것이 35년인데도 거의 주체성을 잃어버릴 뻔했다. 그런데 민족의 주거지도 없이 떠돌아다니며 살면서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지킨다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 유태인들은 강력한 유대감으로 이를 지켜낸다.
이렇게 그들의 문화를 지킨 것도 놀라운 데 스피노자는 그에 못지 않은 놀라운 일을 한다. 스스로 유태인이지만 유태교를 부인한 것이다. 스피노자는 배우면 배울수록 자신과 맞지 않은 유태교와 점차 멀어진다. 그래서 유대인 공동체를 이끄는 파르나짐들도 이를 걱정하고 그를 설득하려 하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는다. 결국 스피노자는 유대인 공동체에서 쫒겨 나는 데 그는 오히려 스스로 나왔다고 당당히 이야기를 한다. 이것은 상당한 용기와 자기 확신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유대인 공동체는 그를 잘 봐주고 있었는데 이러한 든든한 지원을 끊고 홀로서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생계를 꾸리기 위하여 렌즈를 만드는 사람이 된다. 렌즈를 세공한다고 철학을 게을리 한 것은 아니었다. 렌즈 외에는 철학에 심혈을 쏟아가면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킨다. 나는 이 점을 인상깊게 보았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공부를 한다고 그 공부에만 힘을 쏟는다고 꼭 비례해서 결과가 산출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공부와는 아예 다른 일을 하면서 한쪽으로 공부에 남은 시간을 매진하는 것이 오히려 더 성과에는 도움이 되는 느낌이 있다. 공부는 절대적인 양도 중요하지만 집중력이 기반으로 된 상대적인 양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오히려 생활이 안정이 되니 더 안정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가 쿨가이라고 생각이 드는 대목은 하이델베르크 교수직을 걷어차는데에서 더 들어난다. 그가 쓴 <신, 인간, 그리고 인간의 행복에 관한 소론>, <신학정치론>등이 인정받아 그는 유명해졌고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는 그를 초빙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 제안을 교수직은 자신의 사상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거절한다. 학문을 하는 입장에서 교수직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교수를 하게 되면 나름대로 고충이 있고, 기관에 속해 있기 때문에 자유인에 비하면 오히려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다. 이를 감안하고 스피노자는 교수직을 거절한 것이다. 그의 철학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의 삶의 궤적은 400년이 지난 지금도 상당히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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