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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전>을 2년 넘게 시청하고 있는 애청자로서 285회는 실망스러웠다. 285회의 중요내용은 문재인 대통령 평양방문과 남북 정상회담이었다. 이에 맞춰 박지원의원과 이종석 전통일부 장관이 나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지원 의원이나 이종석 전장관이 나오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비슷한 견해를 가진 사람 두 명만 동시에 나온 것은 <썰전>답지 않은 일이었다.
<썰전>은 기본적으로 균형이 중요하다. 진행자인 김구라씨는 개그맨으로 자칫잘못하면 심각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유쾌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썰전이 시사프로그램이 아니라 시사예능프로그램인 것이다. 그는 정치인은 아니지만 정치나 시사에 대해서 꽤 해박한 지식이 있어서 적절하게 프로그램을 진행시켜왔다. 그가 어느 쪽이든 정치색을 띄었다면 썰전이 이렇게 인기를 끌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좌우균형도 중요하다. 썰전 초창기의 이철희-강용석부터 이철희-이준석, 유시민-전원책, 유시민-박형준, 노회찬-박형준, 그리고 이철희-박형준까지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다르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짝을 이루어 때로는 상대방을 인정하기도 하며, 때로는 상대방을 전혀 인정하지 못하는 설전을 벌여온 것이다. 이러한 긴장감이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것이다. 그런데 285회는 그런 균형을 완전히 깨버렸다.
나는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수완이 내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탁월해서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 백두산을 남북정상이 같이 올라가 우애를 돈독히 한 것은 ‘역시 우리가 한민족이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하지만 정상회담,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를 장미빛으로만 보면 안된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하나가 될 때까지는 항상 최악을 대비하고 다가가야 어려운 일이 있을 때에도 당황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패널은 그것에 대해서는 전혀 지적을 하지 않고 있다. 물론 다수의 국민들이 정상회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볼 필요가 있다.
<썰전>의 매력은 시청자들이 사안에 대해 다른 견해를 듣고 패널들이 논쟁하면서 스스로 사고를 구성하는 데 있다. 그리고 설득력이라는 것이 자생적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다른 견해를 논박하면서 강해지기도 한다. 심지어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공박하면서 자신의 주장의 타당성을 높이기도 한다. 그리고 대개의 사회적 사안이라는 것이 절대적 지지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회의 패널구성은 국정홍보예능방송을 보는 것 같았다. 정부친화적인 이야기만 듣고 싶다면 정책방송 KTV를 보는 것이 백번 낫다.
그동안에도 사안에 따라 전문가를 섭외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이종석 전장관의 경우에도 유시민-박형준 팀이 있을 때에도 초대되었다. 그 때에는 박형준 교수가 앉아있었고, 다른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무리 유시민-이종석 전장관이 비슷한 의견을 내더라도 제동장치가 있었는데, 285회에서는 전혀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김구라씨의 역할은 특별히 자기의 의견을 내지 않는 것이므로 박지원-이종석 전장관의 이야기에 추임새를 넣어주는 모양새만 된 것이다. 썰전의 "전"은 싸울 戰을 말한다. 이번 <썰전>의 전은 그저 전달하기만 傳 정도의 역할을 한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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