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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리프킨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5명안에 꼽히는 사람이다. 이 분의 글을 읽다보면 그의 탁월한 식견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져 진다. 그의 명저 <노동의 종말>역시 마찬가지이다. 1995년에 출간된 이 책은 24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전혀 이질감이 없이 당시에 미래인 지금을 잘 묘사하였다. 1995년에 출간되었다하면 글이 쓰여진 것은 그 전일 탠데 그래도 그 당시에는 아직은 노동의 종말까지는 걱정하지는 않았던 시기였는데 놀랍게도 앞으로의 일을 잘 진단하고 있다. 애먼 점쟁이를 찾는 것보다는 이러한 식견있는 학자들에게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고 할 수 있다.
그가 미래를 비교적 잘 진단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역사에도 정통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나온 인류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앞으로 어떻게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예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역사를 통해서 기술이 어떻게 인간에게 큰 영향을 주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도시문제가 심각해진 이유를 현대농업기술이라고 보았다. 목화따는 기계와 수확 기계가 발달할수록 남부의 흑인의 노동력의 가치는 떨어져 갔다. 이에 흑인들이 이촌향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흑인들이 도시로 몰려들면서 도시에 문제가 생겨난 것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아마도 농업기술의 발전이 이러한 파급효과를 산출했을지는 잘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현재에도 많은 기술들이 발전하고 보급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아마도 그 기술이 어떻게 쓰일지에 대한 1차적인 생각만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술의 변화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기술의 변화가 사람들의 통신만 편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정치의 지형을 바꾸어 놓고 공유경제를 가능하게 했듯이 말이다. 과거를 보다보면 어떠한 발명이나 발견이 새로운 사회적 지형을 만들어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노동의 종말>은 이미 현실이 되어서 이제 내용이 크게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인한 문제의 핵심은 지금도 동일하다. 그것은 바로 신기술에 의한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이익이 보통 사람들에게 돌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발달된 기술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은 예전보다 싼 가격에 쉽게 물건을 살 수 있고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몇몇 소수의 탁월한 공급자들이 재화와 서비스 시장을 쓸어담을 수 있는 토대도 생긴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동네 슈퍼마켓도 나름의 시장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근래에는 압도적으로 편리한 업체들이 물건을 집앞까지 배달해주면서 동네마트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갔다. 이는 단순히 마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렇게 되다보면 탁월한 소수만 살아남고 평범한 다수는 죽어갈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힘들게 살아가는 다수에 사람들을 시장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이다.
문제에 해결책으로 제레미 리프킨은 정부도 아니고 시장도 아닌 제3섹터를 제시하였다. 공동의 문제를 권위로 자원을 배분하는 것도 아닌, 가격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것도 아닌 공동체의 합의에 의해서 배분하는 시민사회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아주 아쉽게도 제3부문은 아직 노동의 종말에 대한 대처를 잘 하고 있지는 않다. 사람들은 법으로 강제하거나 이익으로 동기유발이 잘되는데 반해서 공동체 후생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활동을 보이게 마련이다. 물론 소수의 활동가가 있지만 그들의 힘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서 제3섹터는 대안이 제대로 되고 있지는 않다. 요즈음은 아예 더욱 파격적으로 노동의 종말로 인하여 시장이 말라버리고 정치가 형해화되는 것을 막기위해서 기본소득제도에 대해서 논의가 되고 있다. 처음에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하게 한다. 앞으로 또 어떠한 사회가 도래할지는 모르겠지만 노동의 종말이 유토피아의 도래가 되었으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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