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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독립을 위해서 많은 분들이 힘을 쓰셨지만 우당 선생님은 그 중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아마도 그가 아나키스트이면서도 명문가의 자제였다는 점이 더욱 그를 더 기억하게 만든다. 독립운동가분들의 인생은 한 분 한 분 역사드라마로 담을 수 있다. 우당 선생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당 선생님을 설명할 때 항상 따라 붙는 단어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다. 사회 상위층이 보통 사람들보다 더 사회적 의무를 더 하는 것을 뜻하는 단어인데 사실 우리나라에서 부족하다고 흔히 지적되는 뼈아픈 부분이다. 나라가 위기가 왔을 때, 있는 사람들은 더 자신이 가진 것을 챙기고, 없는 사람이 희생을 더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었으니 바로 우당 선생님이다. 사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말처럼 시행되기 어려운 것은 가진 것이 많을수록 잃고싶지 않아 발버둥치는 것이 사람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잃을 것이 많은 풍족한 사람이었다. 1867년 이조판서 이유승의 아들로 태어난 선생님은 병탄이 된 1910년 그 해 44세의 나이로 일가의 노비를 해방시키고 나라를 다시 구하고자 만주로 떠난다. 지금도 40세가 넘어서 가진 것을 버리고 새로 시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만주에 가서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는 등의 활동을 하신 것이다. 이러한 일 자체가 놀라움이다.
우당선생님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지점은 그가 어렵게 독립운동을 하면서도 후회하지 않고 변절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일제에 분개하여 독립운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지쳐가고 변절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특히 선생님 정도되는 지체있는 집안이라면 일제에 조금만 협력하더라도 편하게 평생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원래 가난하게 살았던 사람에 비해서 독립한 것을 더 후회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재산을 모두 독립을 위해 투여하고 자신은 극빈층이 되었는데도 그는 마음을 바꾸지 않고 꾸준히 정진했다. 나는 이 선생님의 강건한 의지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
물론 우당 선생님의 업적이야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그 분의 업적이 혼자의 힘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여러 동지들이 있었고 가족이 있었다. 특히 부인 이은숙 선생님의 조력을 빼놓을 수가 없다. 우당 선생님과 이은숙 여사는 1908년에 결혼을 했다. 이 때는 이미 나라가 망국의 길로 접어든 상태였고 우당 선생님은 신민회를 조직하는 등 독립운동을 시작하시던 시기였다. 만약에 15년 즈음 만났더라면 잘 사는 집안 자제랑 결혼하는 것이니 특별한 고민거리가 없겠거니 했겠지만 이은숙 여사가 결혼한 후부터는 줄곧 고생길이었다. 가산을 팔아서 독립운동에 써버렸기 때문에 늘 가난했다. 그리고 남편은 독립운동에 헌신하기 위해서 경제활동을 등한시할 수 밖에 없었다. 가계를 꾸리는 것은 이은숙 여사의 몫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불만을 품을 수도 있건만 여사님도 선생님의 뜻을 지지하고 꾸준히 나아간다. 이러한 분들의 헌신이 없었더라면 우당 선생님의 업적도 적어졌을 것은 분명하다.
우당 선생님의 비극이라면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하시고 돌아가신 것이다. 선생님은 1932년 일본경찰에게 체포되어 고문으로 뤼순감옥에서 돌아가신다. 그의 나이 66세였다. 사람은 꿈과 희망이 있을 때 현실이 엄혹해도 버티어 나갈 힘을 얻는다. 아마도 선생님은 독립운동이후 하루하루 어려운 생활을 하셔도 조국이 독립할 수 있다면 그 어려움도 충분히 견디어 낼 만하다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독립운동가 분들 중에서 그래서 끝내 광복의 기쁨을 누리신 분들은 그나마 다행인데 선생님처럼 끝내 광복하는 것을 보지 못하신 분들은 천추희 한을 품고 유명을 달리하신 것이다. 이러한 안타까운 아픔을 달래줄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몫이 아닐 까 싶다. 우리가 더 잘 살고 선생님의 뜻을 기리는 것이 그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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