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관 <홍대용과 1776년>

Book 2022. 8. 27. 23:06

 

누구나 살아가는 데 있어서 시대의 제약을 받게 마련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에 예전을 평가하면서 현재의 교훈을 얻기도 한다. 18세기 중후반을 살아간 담헌 홍대용이 북경을 가는 이야기를 통해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준다. 물론 250년 전의 담헌 선생이 몰랐던 것처럼 250년 후인 2270년 즈음에는 지금 21세기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인간은 시공간에 구애를 받기 때문에, 이전 일을 토대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해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18세기 중반만 하더라도 국경을 마주한 청나라에 가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홍대용도 어렵사리 기회를 얻어 북경으로 가게된다. 지금이야(적어도 코로나 이전에는) 세계 방방곳곳을 갈 기회가 있었다. 이러한 이동의 자유는 사람들의 시각에 큰 변화를 준다. 가끔 역사책을 보면 왜 저렇게 살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현재의 시각으로 과거를 이해하려면 어려울 때가 있다. 이는 현재 시점에서 보통 사람들이 우주탐사를 할 생각이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부자들이 우주여행을 가려고 하는 모양인데 250년 전만 그만큼이나 해외에 가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니 시각이 국내에만 그리고 고을에 국한되었 있을 것이다.

심지어 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오랜시간이 필요했다. 홍대용만해도 북경까지 가는데 한달이 걸렸다. 지금 우리나라 반대편에 있는 남아메리카에 가려면 환승하고 해서 하루 정도 걸리는데 한달이나 걸린다는 것은 보통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 자동차가 발명된 것도 1886년이고 비행기가 발명된 것은 1903년이다. 이 전에는 동서를 막론하고 장거리 여행이 매우 어려웠다. 250년 전 사람인 홍대용이 아마도 비행기를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나는 스타트렉에 나오는 순간이동 같은 것을 상상은 하기는 하지만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23세기에 새로운 기술이 나와서 이동이 어디든 순식간에 이루어 질 수 있다면 어떤 세상일지 궁금하다.

또한 언어의 장벽도 큰 문제였다. 홍대용은 중국에 가서 중국 학자들과 종종 필담을 나눈다. 조선시대에 이미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만드셨지만 식자층에서는 계속 한자를 썼다. 문제는 한자를 쓴다고 해도 그것은 언문이지 말할 때 발음은 다르기 때문에 통역이 필요했다. 지금도 이 언어의 장벽이 꽤 큰데 그 장벽이 점점 허물어져 감을 느낀다. 예를 들어 내가 중국에 가서 답답하면 파파고를 꺼내서 번역 버튼을 누르면 쉽게 무슨 뜻인줄 알게 된다. 이러한 추세는 점점 강화될 것이다. 홍대용이 마치 구글번역기를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250년 후에는 정말 그 어떤 외국어를 쓰더라도 듣는 사람이 자기가 아는 언어로 저절로 바뀌어 주는 기능의 몸에 장착될 수도 있다.

홍대용은 북경에 가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 보고 배운다. 그런데 당시 조선의 지도층은 청나라를 인정을 못하고 있었다. 중국의 근본은 한족 국가인 명나라인데 이민족의 청나라는 한 수 아래의 저열한 국가라고 생각한 것 같다. 상상컨대 명나라는 현재 우리에게 미국정도 되는 나라라고 생각된다. 가령 미국이 멕시코에게 점령당해서 망한 다고 하면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멕시코를 인정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미국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을 것 같다. 지금이야 명나라가 돌아오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신해혁명이후 오랜 전제군주정이 끝나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보다는 명나라가 부활할 수 있다고 기원했을 것 같다. 하지만 홍대용은 직접 청나라를 보고 세상이 변했음을 감지했다.

조선시대에 수많은 선비가 있었지만 특별히 홍대용이 기억되는 것은 그의 연행록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물론 다음 업적도 많지만). 이런 면에서 글을 쓰고 남기는 일은 멋진 일 같다. 그 당시의 세상을 묘사함은 물론이고 이미 그는 죽었지만 그의 생각은 후손까지 알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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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