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학문>

Book 2019. 7. 2. 00:16

막스 베버(Max Weber)는 사회과학계에 끼친 영향이 막대하다. 사회학부터 행정학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이다. 그의 여러 저작이 있지만 <직업으로서의 학문>은 학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즈음 읽어볼 만한 글이다. 이 책은 막스 베버가 쓴 글은 아니고 1917년 독일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 <Wissenschaft als Beruf>를 글로 옮긴 것이다.

강의는 미국과 독일의 교수시스템의 차이를 이야기하면서 시작한다. 지금이야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인하여 세계의 곳곳의 상황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지만 막스베버가 살았던 시기에 어떻게 베버교수는 미국의 교육상황을 그렇게 잘 알고 있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베버가 살았던 시기에 독일에서 미국을 가려면 배를 타고 몇 주를 거쳐야 미국에 당도할 수 있었을 탠데 독일에 살면서 미국이야기 하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신기했던 것은 그 당시에도 이미 미국이 하는 방향으로 교육제도가 변하고 있음을 막스 베버는 이야기한다. (“학문의 폭넓은 분야에서 대학제도의 최근 발전이 미국 제도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분명하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오롯이 자리를 하고 있지만 19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영국을 비롯한 유럽대륙의 강대국이 큰소리를 내던 시대였다. 그런데 이미 1900년대 초반에 대학교육을 미국이 선도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지식경쟁에 있어서 앞서가기 시작한 초석을 다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초석 위에 세계2차대전이 끝나고 소련과 투톱으로 올라서고 공산권이 무너진 이후에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세계의 일인자가 된다.

이외 에는 강연주제가 직업으로서의학문이기 때문에 교수가 되고 업으로서의 교수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나온다. 무려 100년전 이야기이지만 공감되는 부분이 꽤 많았다. 예를 들어, “대학의 어떤 교수도 자기가 임명될 때 벌어졌던 토론에 대해서 회상하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개 박사학위를 받고 채용시장이 나서게 된다. 그 때 시연강연을 하고 자신의 연구를 기존의 교수 앞에서 발표하게 된다. 이 때 면접관인 교수들은 매우 날카로운 지적을 하고는 한다. 그 때 받은 질문을 진땀을 흘려가며 대답해야 한다. 어수룩한 대답은 곧 채용이 안될 수 있음을 알기에 질문을 받은 후 짧은 시간 동안 훌륭한 대답을 해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잡톡(Job talk)에서의 경험이 유쾌한 경우는 많지 않게 된다. 이런 점은 100년 전이나 21세기인 지금이나 마찬가지 인듯하다.

그리고 베버교수는 학문을 하는 사람이 교육자로서 해야할 일을 이야기한다. “유능한 교수라면, 그의 첫 번째 임무는 학생들에게 불쾌한 사실들-즉 그의 당파적인 견해에 비추어볼 때, 불쾌한 그런 사실들을 나는 말합니다-을 인정하는 법을 가르치는 일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정말 말처럼 쉽지 않다. 대학에 들어올 정도로 나이가 먹게 되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가진 생각과 지식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과 정보가 잘못되었을 경우이다. 대학교수로서 학생의 잘못된 정보를 고쳐주는 일은 하나의 책무라고 볼 수 있다. 이 때 강압적으로 지식을 주입하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토론을 통해서 스스로 깨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서 교육자는 학생들이 깨달음을 얻게할 방법을 터득할 수 있게 한다.

<직업으로서의 학문>이 갑자기 새로운 알거리를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도 할 법한 고민거리를 100년 전에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앞으로 100년 후에도 인류가 로봇에 의해 사멸되지 않는 한 하고 있을 것이다. 연구를 업으로 삼을 사람이라면 부담없이(분량이 많지 않으므로) 한번 즈음 읽어볼 만한 책이다. 특히 학생보다는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학자가 보면 공감할 거리가 많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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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