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 <페스트>

Book 2021. 7. 6. 22:32

알베르 카뮈의 여러 걸작이 있지만 페스트는 근래 코로나 사태와 관련되어서 많이 회자되는 작품이다. 카뮈가 페스트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사태를 직접 겪은 것은 아니지만(2차 세계대전에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코로나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이 퍼졌을 때 일어나는 사회와 인간군상에 대해서 아주 잘 그린 작품이다. 페스트가 1947년 작품이므로 벌써 70여년이 흘렀다. 그만큼이나 전염병을 대처하는 인류의 자세도 바뀌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공통점도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페스트에 나오는 상황이나 코로나 상황이 비슷한 것은 역시 공포다. 그동안 과학기술이 급격하게 진보했다. 그래서 인류는 어느 정도 질병을 통제관리하는 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상황에서 보는 것처럼 완전히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백신을 개발하는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걸렸다. 그 사이에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당혹스러움이었다. 새로운 질병, 그것도 전염속도가 무척 빠르고 치명률도 꽤나 높은 상황에 사람들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나만해도 약간 기침을 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졸인 적이었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사람만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활 전반을 지배했고 개운치 않은 기분을 가지고 살아야만했다. 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인간의 본원적인 감정일 것이다. 아마도 앞으로도 이러한 원초적인 감정은 계속 될 것이다. 미지의 질병에 대처 방안이 나오기 까지 인류가 가질 수 밖에 없는 감정을 변하지 않을 것이다.

페스트 상황보다 더 안좋아진 면도 있다. 소설에서 나오는 상황은 오랑시라는 곳에서 질병이 발생하고 도시가 봉쇄된다. 일단 소설은 이 안을 중심으로 그리기 때문에 다른 곳의 상황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반면에 코로나의 경우에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하여 지구 곳곳에 퍼져나갔다. 이는 교통의 발달로인한 세계화로 인한 결과이다. 예를 들어, 1918년에 발생하여 수천만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스페인 독감의 경우에는 다른 곳에서 영향이 적었다. 유렵에만 강타했을 뿐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구촌 어디에서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지구 어디더라도 안전한 곳이 없게 된 것이다. 이것이 세계화가 가져온 문제라면 문제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도 지금 예전보다 상황이 나아진 것은 역시 의료기술의 발전이다. 100년전과 확연히 다르게 발전된 의료기술 덕에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으면 일단 백신은 없었으나 문제를 완화하는 대책도 내놓게 되었다. 다만 이 문제가 각종 경제적이나 정치적인 문제로 인하여 제대로 풀리지 않은 면이 있다. 예를 들어, 강력한 봉쇄를 하여 단시간 안에 바이러스를 통제하면 좋겠지만 이렇게 되면 경제가 고사하게 된다. 경제는 마치 피의 흐름과 같은데 바이러스를 막겠다고 피의 흐름을 막아버리면 사회전체가 큰 파국에 처한다.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어느 정부나라 쉽사리 문제를 풀지 못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우리 모두 전염병의 심각성을 인지하였다. 그래서 이번 코로나 사태때 음압시설의 부족함을 개탄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물론 코로나급 사태가 터지면 음압시설을 비롯한 각종 대비시설이 절실하다. 하지만 평소에는 이러한 각종 대비시설이 별 효용이 없다. 각종 대비시설을 만들고 유지하는 비용이 상당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대비시설을 증강하자고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동시에 코로나같은 상황은 대비해야 한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정부는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코로나 사태때도 느꼈지만 방역과 경제를 동시에 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행히 이번 경우에는 시민들의 높은 정책순응으로 비교적 다른 나라에 비해 잘 넘어가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럴 지는 장담할 수는 없다. 참 어려운 문제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0) 2021.07.08
홍자성 <채근담>  (0) 2021.07.07
임혁백 <세계화시대의 민주주의>  (0) 2021.07.05
L 엘리엇 <땅콩박사>  (0) 2021.07.04
최장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0) 2021.07.01
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