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liver's travels>

Book 2019. 7. 5. 01:10

걸리버 여행기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던 소설책이다. 그런데 소설은 읽어보지 않았고 유년시절 보았던 걸리버 여행기 그림이 생각날 뿐이다. 특히 소인국에 가서 거인으로서 잡혀서 해변가에 누워있는 걸리버가 인상 깊었다. 기회가 되어서 걸리버 여행기를 원전으로 읽었다. 읽으면서 느낀 것은 그림처럼 잘 와닿지 않았다. 우선 영어로 소설을 읽는 것, 특히 잘 모르는 분야에 관한 소설을 읽는 건 단순한 영어실력 이상이 있어야 한다. 아예 내가 일전에 읽었던 <I, Robot>처럼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으면 오히려 이해가 쉽다. 그런데 영상물을 보지 않고 소설책을 읽는 것은 상당한 훈련을 받지 않고서는 제대로 소설을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이다. 걸리버 여행기의 저자 조나단 스위프트(Jonathan Swift)1667년에 태어나 1745년에 생을 마감한다. 걸리버 여행기는 당시 영국정치상황을 풍자한 소설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읽는 내가 17세기 18세기 영국 정치상황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걸리버 여행기 본 소설 앞에 친절하게 해설도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잘 와닿지 않았다. 아마도 영국인이 이 소설을 읽거나 영국상황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읽었더라면 어떠한 포인트에서 영국정치 및 사회를 풍자했는지 잘 알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소설이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아는 만큼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걸리버 여행기를 읽으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한 점은 작가의 창의성이다. 물론 실제 세상을 빗대어 소설을 썼다고 하지만 소설에 나오는 여러 등장민족 및 국가는 색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독창성은 후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야후(Yahoo)이다. 지금은 그 영향력이 현저히 쇠퇴했으나 구글(google)이 인터넷을 제패하기 전의 검색엔진의 터줏대감은 단연코 야후였다. 이 야후는 걸리버에 나오는 종족 중 하나이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명작, 천공의 성 라퓨타도 걸리버에 나오는 지역이름이다. 조나단 스위프트가 글을 쓸 때는 이렇게 명칭이 이용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남긴 저작은 영원히 남아 후세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걸리버 여행기가 기본적으로 소설이지만 실제를 모티브로 한만큼 몇몇 지명은 실제가 나온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일본(Japan)이 나온 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일본은 가상의 명칭도 아니고 실제의 당시 일본을 잘 반영해서 나온다. 일본의 수도가 에도로 나오고, 걸리버가 스스로를 네델란드 사람이라고 거짓말을 하는데 그 이유는 당시 일본이 네델란드 사람과 교역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사람과는 달리 네델란드 사람에게는 조금 관대한 이유도 있었다. 이런 점은 18세기 초의 서양사람들이 이미 일본을 알았었다는 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지금이야 세계 각국의 상황을 비교적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지만, 300년 전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나라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생각은 마치 소설책에 나오는 여러 나라들처럼 생경하고 호기심찬 상상의 나라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렸을 때, 흥미롭게 걸리버 여행기를 보았었던 것 만큼 재미있게 소설책을 읽지 못했다. 물론 그 이유는 나의 소설 읽는 능력이 충분하지 못했고, 소설이 지어진 시대상황을 잘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이럴 때 오히려 필요한 것이 아마도 영상물일 것이다. 물론 원전이 글로 써있는 것은 중요한 일일 태지만 모든 사람이 그것을 글로서 이해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글의 내용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방도일 것이다. 문제는 형식이 바뀌면서 전하는 내용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만화영화로 걸리버 여행기를 보면서 영국사회를 어떻게 풍자했는지 가늠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내용조차 창조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나쁜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