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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이 고전이 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당시대의 인기를 넘어서 시간이 흘러읽어도 변치않고 의미가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 아닐까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고전이 될 후보로 적합하다(물론 유홍준이 사망시까지 문제가 없어야한다). 1990년대에 나온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우리나라 자연과 문화재는 물론 이거니와 이제는 북한, 중국, 일본까지 그 영역을 넓혔는데 그의 전문지식이 배여든 여행기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고 유익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는 1994년에 나왔다. 그래서인지 문화재를 제외한 사회 풍겨이 들어가있는 사진들이 예전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리고 흑백사진으로 들어가 있어서 예전 느낌이 물씬 난다. 나는 이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답사기의 중요한 점중 하나는 그 당시의 상황을 잘 담아내는 것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더 오래된 문화재를 설명하지만 곁들여서 1990년대 초반의 모습을 잘 담아냈다는 사료로 가치가 충분히 있다. 마치 정철의 <관동별곡>이 1500년대 말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좋아하는 또다른 이유는 오류가능성을 저자가 흔쾌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것이다. 이 책의 말미에는 첫 번째 답사기의 정정과 보완의 섹션을 만들었고 제목으로 나의 오류에 대한 사과와 변명이라는 제목을 써놓았다. 지금이야 독자와 작가가 온라인으로 실시간으로 소통을 할 수 있지만 1990년대만 해도 그렇지 못했다. 그리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무슨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정답을 쓴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작가도 충분히 실수할 수 있고 몰랐던 점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솔직 담백하게 인정하고 때로는 양해를 구하는 것이 도리이다. 나는 이러한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 더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자가 우리나라 문화재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저자가 하루는 독자에게 문의를 받았다고 한다. “다름아니라 우리 문화가 고유한 특색을 갖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그것이 혹 국수적인 자기고집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일어나서 여쭙고 싶습니다...우리나라엔 마야의 제단 같은 것도 없고 이집트의 피라미드, 로마의 꼴로쎼움, 중국의 자금성, 인도의 타지마할 같은 세계적인 유물과 비교하면 초라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어요.(157쪽).” 충분히 가능한 생각이다. 우리나라에 다른 나라의 유물을 눌러버릴 압도적인 문화재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의 현답이 이러한 우문에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 맞습니다. 우리에겐 피라미드도 타지마할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 없는 나라가 왜 우리나라뿐인가요? 일본에 있습니까, 프랑스에 있습니다? 마야의 제단은 마야제국 이외의 나라엔 없던 것입니다. 그런데 왜 세계에서 제일가는 유물만 골라서 우리와 비교하며 스스로 비참에 빠집니까?...그렇게 비교해서 견딜 수 있는 나라와 민족이 어디 있겠습니까?(158쪽)” 물론 우리나라 문화재만 고집하고 숭앙하는 독선을 피해야겠지만 우리 문화재는 아무 것도 없다고 자조할 필요도 없다(실제로도 아니고). 타인의 것도 인정하고 나도 인정하면 된다.
이 책의 석굴암편에 나와있는 석굴암 복원사업에 대한 문제는 지금도 충분히 숙고해볼 만하다. 석굴암이 발견된 후, 일제 강점기, 군사정권 시대를 거치면서 아쉽게 제대로 복원되지 못했다고 한다. 석굴암에 대한 정치권의 지대한 관심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정치권의 관심은 어떤 일을 진행시키는 데 중요한 동력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의 관심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재적소에 전문가를 등용하여 너무 조급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는다면 개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문화재 발굴, 복원의 일이 많을 탠데 이 원칙을 지킨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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