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출근>

TV 2021. 5. 21. 00:44

연예인들의 보여주기가 지겨운 시대에 아주 반가운 프로그램이 하나 나타났다. 일반인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무튼 출근>이다. 초등학교 선생님, 치과의사, 은행원, 레고직원, 국립공원 수의사, 대기업 유통 바이어, 카드회사 직원, 우체국 직원까지 사회의 각지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내부인이 아니면 잘 알 수 없는 근로현장을 생동감있게 보여주고, 남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지를 알 수 있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는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다.

수많은 프로그램이 억지로 설정되고 자기 잘났다고 뽐내는 연예인 사생활 공개프로그램이 아주 지쳐있다(물론 그렇다고 사람들이 지쳐있지만 안보지 않는 것이 함정이기는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네 보통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관심이 공중파에서는 비교적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공중파에서 보통 시민을 다루어지는 것은 <극한직업>, <인간극장>이나 <동행>같은 다소 일반적이지 않은 시민들의 모습이었다. 그저 그럴 수 있는 평범한 모습에 대한 갈망이 사람들에게는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담는 것에 익숙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유튜브에 올리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관심과 적극적으로 자신을 보여주려는 사람들의 접점을 이루어 이 프로그램이 탄생하게 되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청소년 직업탐색용 교육자료로 쓰여도 좋다고 생각한다. 괜히 예산을 들여서 엄하게 교육자료를 만드느니 예능형식으로 해서 재미도 있고, 다양한 측면에서 직업의 현실을 (물론 단면적이지만) 알 수 있게 해준다는 면에서 청소년에게도 유익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이 유익하면서도 재미도 놓치지 않았던 이유는 진행자의 구성에 있다. 우선 김구라의 중앙배치가 이 프로그램이 예능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 특히 그의 위치가 이 프로그램에 자연스러운 것이 그가 잡학다식하다는 점이다. 그의 잡학다식함은 출연자에게 나름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수 있는 시사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가끔 연예인 중에서 진행은 잘 하는데 세상 돌아가는 것에 문외한인 경우가 있는 김구라의 경우는 <썰전> 진행자 출신답게 폭넓은 배경지식을 통해서 프로그램의 진행시킨다.

박선영도 아주 중요하다. SBS에서 다년간 간판 아나운서로 활동한 직장인 이력으로 출연자들의 생활에 크게 공감해준다. 물론 방송국 직원이 일반 사람들과는 다를 수도 있는데, 그렇게 치면 출연하는 사람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그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이해가 될 만하다. 그리고 박선영의 이미지가 워낙 단정하고 교양이 넘쳐서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웃고 넘기는 예능이 아닌 느낌을 준다. EBS 프로그램 정도의 단정함을 주게 한다.

별로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아보이는 황광희도 매우 중요하다. 만약에 김구라와 박선영만 있다면 다소 무거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볍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가끔 그는 엉뚱한 질문을 하는데, 내가 볼 때는 충분히 궁금해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김구라-박선영-황광희로 이루어진 엠씨팀이 꽤 균형을 잘 이루어서 프로그램이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흘러가게 한다.

마지막으로 출연진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날 출연한 사람들도 같이 촬영분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거나 질문을 하는데 진행자들이 놓치는 부분도 잘 질문해서 방송이 자연스럽다. 물론 아쉽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게도 프로그램에서는 직장인들 출연진은 계속 바꾸게 된다. 계속 바꾸어 소재가 바뀌다 보니 시청자들도 다양한 삶을 배울 수 있다. 직업이 다양한 만큼 앞으로도 한동안은 소재가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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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의 내:일>

Book 2017. 7. 19. 08:21

21세기가 된지 어느덧 15년이 넘었다. 하루하루의 변화는 더디지만, 15년 정도의 세월을 한 번에 조망하면 꽤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0세기말에 우리나라가 경험한 IMF경제위기 이후에 사회적으로 일을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고속경제 성장시기에는 한직장에 입사하여 은퇴한다는 관념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제는 몇몇 공무원을 제외한 그 누구도 평생직장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점차 사회문화도 변하면서, ''에 대한 개인적인 태도 역시 확연히 바뀌었다. 더불어 100세 시대가 점차 현실화되면서, 직장보다는 직업을 더 고려하는 관념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교수는 이러한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직업의 길을 모색하였다. (김교수님이 행정학 박사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감각이다.) 여러가지 사례를 소개하면서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고, 어떻게 일어날 것인지 진단하였다. 많은 청년들이 열망하는 대기업이나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행복하게 이윤을 남기고 살 수 있는 여러 사례를 소개하였다.

더불어 단순히 개인적인 사례뿐만 아니라 시장이 하지 못하는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설명해두었다. IMF 경제위기 이후 정부는 꾸준히 실업문제에 천착해왔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오히려 투자한 예산만이 낭비된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 아래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정부의 정책이 성공이었고 실패였는지 조목조목 따져보는 작업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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